[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유로화로 자금을 조달해 신흥국 자산을 매입하는 전략이 월가 트레이더들 사이에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자금 조달 비용과 기대 수익률 측면에서 달러보다 유로 캐리의 승산이 높다는 것. 실제로 동일한 신흥국 통화나 자산을 유로 자금으로 매입한 경우 달러 캐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창출, 투자자들 사이에 베팅이 늘어나는 움직임이다.
유로화 동전 [사진=로이터 뉴스핌] |
28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이 유로화 자금을 조달해 베팅한 21가지 신흥국 캐리 트레이드 가운데 18개 전략이 적중했다.
특히 러시아 루블화 베팅이 8%에 가까운 고수익률을 창출했다. 이는 연초 이후 달러화 자금을 동원한 루블 매수 전략의 수익률 6%를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칠레 페소화와 콜롬비아 페소화,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등 그 밖에 주요 신흥국 통화의 캐리 트레이드 전략 역시 유로화 자금을 이용한 전략이 달러화에 비해 일제히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와 별도로 유로화 자금을 동원한 남아공 랜드화와 터키 리라화, 브라질 헤알화 등 10개 신흥국 통화에 대한 캐리 전략이 연초 이후 3.7%의 수익률을 창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같은 기간 동일한 통화에 대한 달러 캐리 전략의 수익률 2.4%를 훌쩍 앞지른 수치다.
이 같은 추세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유로화에 하락 압박을 가하는 요인이 상당수에 이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유로존 성장 동력인 독일을 필두로 19개 공동 통화존의 실물경기가 아래로 기우는 데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정상화를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여기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차 관세 시행 움직임도 자금 조달 비용 측면에서 유로화를 유리하게 한다는 얘기다.
유로화의 3개월 예금금리는 마이너스 0.36%로, 같은 기간 달러화 예금금리인 2.63%와 커다란 거리를 두고 있다.
유로화가 3% 가까이 뛰지 않을 경우 달러 자금을 이용한 캐리 트레이드 전략에 대한 상대적인 반사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의미다.
월가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상반기 말까지 유로/달러 환율이 1.16달러까지 오르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 수준에서 1.4% 가량 완만하게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클로디오 파이런 아시아 외환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달러화보다 유로화를 이용한 캐리 트레이드의 기대 수익률이 높다”며 “유로존의 경기 한파와 ECB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지속되는 만큼 캐리 전략에 우호적인 여건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사이클에 브레이크를 밝은 데 따라 앞으로 신흥국 자산의 수익률 상승 폭이 제한될 여지가 높다.
하지만 월가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신흥국 자산을 겨냥한 캐리 트레이드 전략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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