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베트남 하노이에서 27~28일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비핵화의 개념 및 과정에 대한 양측의 이견만 확인한 채 결렬된 가운데 세간의 시선은 앞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상황에 쏠리고 있다.
미국 측이 추가 협상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 않은 데다 이른바 김정은 정권이 CVID(온전하고 확인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에 나설 의지가 없다는 사실이 보다 명확해진 만큼 향후 북한의 비핵화가 ‘시계제로’라는 지적이다.
주요 외신과 전문가들은 소위 ‘로캣멘’의 다음 행보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데 입을 모으는 한편 반전 가능성을 열어두는 모습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북미 2차 정상회담 단독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뉴스핌 로이터] |
김정은 정권이 10여차례에 걸쳐 군사 도발에 나섰던 2017년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부터 경기 불황에 시달리는 북한의 양보로 장기적이고 점진적인 비핵화가 전개되는 시나리오가 동시에 열려 있다는 진단이다.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 해법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지만 평화 선언과 양국의 연락 사무소 설치 등 결실을 기대하고 있던 전문가들은 28일 접한 회담 결과에 대해 뜻밖이라는 표정이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이번 회담은 실패”라며 “앞으로 북한의 행보와 한반도 지정학적 문제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지 누구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블룸버그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담이 좌절된 데 따라 북한의 비핵화를 둘러싼 회의감이 더욱 고조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반도에 2017년과 같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엇갈리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유라시아 그룹은 보고서를 내고 “이번 회담 결렬이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의 상승으로 이어질 위험은 크게 않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CVID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내비친 것 자체가 북한에 양보의 의미를 지닌 셈”이라고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미사일과 핵 실험을 강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를 믿는다고 말했다.
그가 오토 웜비어의 사망에 대해 김 위원장의 직접적인 책임을 묻지 않은 것도 북측과 관계 악화 가능성을 경계한 행보라는 해석이다.
반면 안심할 수 없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워싱턴 소재 리서치 기관인 윌슨 센터의 진 리 연구원 역시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이번 결과가 매우 우려스럽다”며 “양측이 대화 채널을 열어 놓자는 공감대를 충분히 확인했는지 여부가 분명하지 않고, 비핵화 협상이 교착 국면에 빠지거나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강화하기 위한 시간을 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동원한 ‘톱-다운’ 방식의 외교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명확해진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실무자 중심의 단계적 협상으로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국제 경제 편입이라는 당근을 앞세워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를 견제하는 시나리오도 제시됐다.
회담이 결렬된 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경제적 잠재력을 부각시킨 것은 이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이날 로이터에 따르면 백악관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정부에 북한과 대화를 지속할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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