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근희 기자 = 호주가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들의 임상시험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파격적인 세제혜택과 유연한 임상시험 환경 덕에 호주에서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벤처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올 상반기 내에 호주에서 슈퍼박테리아 항생제 'CG-549'의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SCM생명과학도 연내 호주에서 아토피 치료제 임상 1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외에도 에이비온, 지엠피바이오 등은 호주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거나 계획하고 있다.
◆ 호주, 매출 160억원 이하 기업 임상시험 손실 45% 환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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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벤처기업 파멥신은 호주에서의 임상시험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지난해 말 호주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유진산 파멥신 대표가 호주법인 대표를 겸임하고, 호주법인은 앞으로 호주 내 모든 연구·개발(R&D) 및 임상 비용을 집행할 방침이다.
파멥신은 현재 다국적제약사 MSD의 면역관문 '키트루다'와 항암신약 물질 '타니비루맵'을 함께 투여하는 임상1b·2상을 호주에서 진행 중이다. 또 기존 치료제가 듣지 않는 재발 뇌종양환자를 대상으로 타니비루맵 호주 및 미국 임상 2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호주에 몰리는 것은 호주가 세제감면, 규제 유연화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 관계자는 "호주 정부는 임상시험 세제를 감면해주고, 비교적 임상시험 절차도 빠른 편"이라며, "임상시험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의 임상실험 지원용 세금 환급 기준 [표=한국바이오협회 한국바이오경제연구센터] |
호주는 임상시험 활성화를 위해 2011년부터 기업들에 R&D 세금을 일부 환급해주고 있다. 연 매출이 2000만 호주달러(약 160억원) 이하인 기업이 임상시험을 할 경우 최대 45%를 환급 받는다.
또 호주 정부는 임상시험 개혁을 통해 시간과 비용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임상시험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해 매해 30억달러가 넘는 비용을 의료 연구에 투자한다. 40개 이상의 대학기관, 50개가 넘는 바이오 뱅크, 임상시험수탁(CRO) 기업들을 구축했다.
◆ 호주 임상, 제약 선진국에 쉽게 수용… '시장확대 교두보'
또 호주의 임상시험 결과는 신뢰도가 높아 미국, 유럽 등 제약 선진국에서도 비교적 쉽게 받아들인다. 시장 확대의 교두보로 삼기도 알맞은 것이다.
한국바이오협회 한국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호주에서는 1000개 이상의 신약 연구 프로젝트가 이뤄지고 있다. 2015년 기준 호주의 임상시험수탁(CRO) 시장은 3억914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연평균 12%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국내에도 호주 정부와 같은 신약개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1월 열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제약사 최고경영자(CEO)들 간의 만남에서도 호주와 같은 임상연구 지원이 필요하다는 건의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해외에서 임상 3상을 수행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세액 공제를 해주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아직까지 초기 임상에 대한 지원은 부족하다"며 "세액공제 뿐 아니라 규제 유연화 등의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k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