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윤혜원 기자 = #4일 오전 서울 소재 A사립유치원. A유치원에는 하나, 둘 자녀를 데리고온 학부모들로 북적였다. A유치원이 개최한 학부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학부모 B(40)씨는 “오늘 회의에서 사립유치원 관련 정책에 대한 유치원 측의 설명과 개학일정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며 “유치원과 학부모들이 상의한 끝에 개학을 연기하지 않고 당초 개학일인 오는 5일 개학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 “개학이 늦어지니 답답할 뿐이죠” 서울에 위치한 C사립유치원에 올해 처음 자녀를 입학시키는 D(38)씨는 유치원 개학이 연기된 데 난감함을 드러냈다. D씨는 “개학이 며칠 연기됐다고는 하지만 그 며칠마저 맞벌이 부부들에게는 치명적이다”며 “나는 전업주부라 아이들을 돌볼 시간이라도 있지만 주변의 맞벌이 부부들은 아이를 맡아줄 사람을 구하느라 여념이 없다”고 토로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정부의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 정책에 반발하며 개학 연기를 단행한 가운데, 일선 유치원에선 개학 연기에 대한 반응이 엇갈렸다. 개학 연기문제에 대해 큰 잡음 없이 학부모들의 찬성을 이끌어낸 유치원이 있는 반면, 개학 연기에 반발한 학부모와 유치원간 마찰이 빚어진 유치원도 있었다.
4일 오전 출근시간대 경기도 한 지역의 보육시설 인근 모습 [사진=순정우 기자] |
이날 서울 소재에 위치한 A유치원의 경우 유치원 관계자들이 학부모 회의를 통해 에듀파인 도입, 병설유치원보다 빠른 개학일정 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설명하고 개학일정 투표를 진행했다.
A유치원 학부모 회의에선 기존 개학일인 5일과 개학을 하루 연기한 6일 개학을 놓고 투표한 결과, 6일 개학이 더 많은 득표수를 가져갔다. 하지만 유치원 측이 개학 연기를 취소하며 예정대로 5일에 개학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학부모 E(36)씨는 “유치원 측의 입장을 들어보니 공감이 되는 측면이 있어서 하루쯤 개학을 연기해도 괜찮다는 투표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다만 유치원 측이 돌봄 공백 등을 우려해 개학 연기를 취소한 것 같다”고 회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처럼 일부 학부모는 개학연기 사태에 대해 정부와 한유총 어느 한쪽의 잘못이라고 하기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또 다른 학부모 F(37)씨는 “비리를 저지른 사립유치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공립이 아닌 사립인 만큼 사립유치원이 사유재산 보호 등을 이유로 반발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로서도 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건 바람직하지만 강경한 태도로 나가다보니 사립유치원이 반발하고 사태 해결이 더 안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치원 개학 연기로 피해를 입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D유치원에 자녀를 2년째 보내고 있는 G(41)씨는 “전날 갑작스럽게 유치원으로부터 개학연기 통보를 받았다”며 “1~2주라도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으면 베이비시터나 업체 등을 알아봤을 텐데 그러지 못한 학부모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학부모는 유치원을 대상으로 개학연기 철회 등을 요구할 채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D유치원에서 자녀를 졸업시킨 H(36)씨는 “학부모 모임이 유치원 측에 하루빨리 수업을 재개하고, 수업을 하지 못한 날에 대한 환불을 해달라고 요구할 예정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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