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영섭 기자 = 난치성 유전질환 연구와 치료 등을 위한 최신 유전자 교정기법 '염기교정 가위(Base Editor)'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방법이 국내에서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 교정 연구단은 DNA 염기 중 아데닌 염기만 바꾸는 아데닌 염기교정 유전자가위의 정확성을 규명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생명공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 온라인판에 이날 게재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생명체에 관한 모든 정보를 담은 DNA는 네 개의 염기가 서로 쌍(아데닌(A)-티민(T), 시토신(C)-구아닌(G))을 이뤄 만든 서열로 구성돼 있다.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는 DNA 두 가닥 모두를 자르는 기존의 3세대 유전자가위인 크리스퍼 Cas9 혹은 Cpf1에 비해 더 효율적으로 단일 염기 하나만 바꿀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유전자가위 등장 이후, 정확성 규명/동·식물 개체 적용에 성공한 유전체 교정 연구단 [자료=IBS ] |
이런 염기교정 가위는 난치성 유전질환 연구와 치료에 진전을 가져올 도구로 주목받는다. 대부분의 유전질환이 단일 염기의 문제로 발생하기 때문에 발병기전이나 치료법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유전자 교정기법으로 활용되려면 정확성 규명이 선행돼야 한다. 표적 위치에서 정확하게 작동하는지, 의도치 않은 곳에서 오작동하지 않는지 확인하고 정확성을 개선하는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
2017년 학계에 보고된 아데닌 염기교정 가위는 아데닌(A)을 구아닌(G)으로 바꿀 수 있다. 이 아데닌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는 DNA의 한 쪽 가닥을 자르는 Nickase Cas9(nCas9)과 시토신을 분해하는 아데닌을 가수분해하는 아데닌 탈아미노효소(adenine deaminase)로 구성돼 있다. nCas9으로 잘려진 DNA 한 가닥에서 아데닌 탈아미노효소가 아데닌(C)을 이노신(I)로 바꾸면, 우라실(U)로 바뀐 염기는 DNA 복구 과정에 의해 구아닌(G)이 되는 원리로 작동한다.
여기서 나아가, IBS 연구진은 인간 유전체 DNA에 유전자가위를 처리한 뒤, 처리 전과 후를 비교하는 절단 유전체 시퀀싱(Digenome-seq) 기법을 변형해 정확성을 파악했다.
기존에는 DNA 두 가닥 절단이 유도돼야 했다. 이번 연구는 한 가닥만 자르는 염기교정 가위에서도 작동할 수 있도록 특정 효소(Endo V, 이노신 특이적 절단 시약)를 추가했다. 실험 결과, 아데닌 염기교정 가위는 인간 유전체 32억 개 중 평균 60곳에만 변이를 일으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아데닌 염기교정 가위의 정확성을 높이는 방법도 다양하게 제시했다.
연구진은 “염기교정 가위의 정확성이 입증된 만큼 앞으로 이를 활용해 단일 염기 변이를 유도하거나 교정해야 하는 유전자 및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고부가가치 농축산물 품종 개량 등에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전자가위 등장 이후, 정확성 규명/동·식물 개체 적용에 성공한 유전체 교정 연구단 [자료=IBS] |
앞서 IBS 유전체 교정 연구단은 지난해 4월 아데닌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로 동물의 특정 유전자 염기를 바꾸는데 최초로 성공해 같은 학술지에 연구성과를 게재한 바 있다. 또2015년 자체 개발한 분석법(Digenome-seq)을 통해 3세대 유전자가위인 크리스퍼 Cas9과 크리스퍼 Cpf1은 물론 시토신(C)을 티민(T)으로 바꾸는 시토신 염기교정 가위의 정확성도 규명했다.
kimy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