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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무역금융 진일보했지만...수출 납품기업 지원규모 ‘미미’

기사등록 : 2019-03-0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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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수출 활력 제고대책 전문가 평가
"납품기업 지원규모 작아…수혜기업 적을 것"
"수출계약 기반 보증, 100억원부터 시범지원"
"235조는 큰 금액…실제 혜택은 적어 아쉬워"

[세종=뉴스핌] 최온정 기자 = 정부가 중소·중견 수출기업들의 단기 수출력을 제고하기 위해 235조 규모의 무역금융 지원을 골자로 하는 '수출활력 제고대책'을 내놨다. 이번 대책에는 수출기업과 협력업체 모두에 유익한 '수출·매출채권 조기 현금화 지원' 및 '수출계약 기반 특별보증' 등이 추가되면서 금융지원책이 기업의 활력제고로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지원규모 측면에서는 여전히 아쉽다고 지적한다. 지원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자금난을 겪는 중소 협력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규모가 커져야 하는데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라는 점에서다.

◆ 조기 현금화 지원·계약 기반 대출 보증 유용…담당자 면책조항도 긍정적

전문가들은 금융지원 대책 중에서 △수출·매출채권 조기 현금화 지원 △계약 기반 대출 보증 △담당자 면책 조항 등 3가지 항목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수출업자의 신용을 보증해 수출 확대에 도움이 된다는 점, 수출기업과 협력하는 납품업체의 자금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이번에 신설된 '수출계약기반 대출 보증'에 대한 평가가 좋다. 이 제도는 자금난에 빠진 수출기업이 제품 제작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시중은행에 대출받으려 할 경우, 수출계약서만 있으면 무보가 이를 보증하는 제도다.

최석범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대책이 전반적으로 수출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했다. 최 교수는 "계약을 체결할 때 수입업자가 수출업체의 수출능력을 믿지 못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수입업자는 이행보증을 요구할 수 있는데, 수출업체에 대한 보증이 확대되면 신용도가 높아져 전반적으로 수출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특히 제작단계에서 수출계약서만으로도 무역보험공사가 기업의 자금대출에 대해 보증을 서기로 한 점에 대해서 높게 평가했다. 그는 "기존 수출기업에 대한 보증은 기업의 신용도에 따라서 해줄 때도 있고 안해줄 때도 있는데 신용도가 불안하다고 해도 보증을 해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만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도 "계약기반 특별보증제도는 납품기업(협력업체)의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제도"라며 해당 제도의 장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 구조에서 실질적인 수혜자는 원부자재 공급업체다. 이 제도를 통해 대출된 원부자재 구매자금은 수출기업의 전용을 막기 위해 은행이 원부자재 납품업체한테 직접 지급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수습기자 =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왼쪽 두번째)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민관합동 투자전담지원단 출범식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02.12 pangbin@newspim.com

수출기업과 협력업체 간 발생하는 외상인 '매출채권'에 대해 정부가 조기 현금화를 추진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교수는 "납품업체는 수출업체가 수입업체로부터 대금을 받을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신용경색 기간이 훨씬 길어진다"며 "매출채권에 대해 보증을 제공하는 것은 납품업체의 유동성확보를 위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담당자 면책을 실시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평가가 좋았다. 소신껏 심사한 내용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기 때문에 현장에서 보증 발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김 교수는 "과거 수출기업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무보 담당자가 문책을 당했다"며 "이번에 면책을 추진하게 되면 징계를 두려워해 보증 발급이 위축되는 문제는 줄어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 납품기업 대상 금융지원 1000억에 불과…보다 확대할 필요 있어

그러나 중소기업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납품기업에 대한 지원금액이 적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원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자금난에 빠진 기업에 대한 지원이 많아져야 하는데, 정부가 제공하는 보증규모는 1000억 혹은 3000억에 불과해 수혜대상 기업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김상만 교수도 같은 맥락에서 납품기업에 주어지는 혜택이 적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계약기반 특별보증제도의 지원금액은 1000억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100억원을 2분기에 시범적으로 지원한 뒤, 효과와 리스크를 분석해 1000억원으로 확대하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라며 "100억원을 가지고 얼마나 혜택을 나눠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리스크 관리가 필요해 지원규모를 작게 잡은 것이지만 어차피 자금을 대출하는 수출기업은 규모가 큰 중견기업 혹은 대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자금여력이 있는 만큼 지원규모를 조금 더 확대 하는 것이 중소기업인 원부자재 공급업체에 유용하지 않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납품기업이 보유한 매출채권에 대한 조기 현금화 지원도 "적은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수출이 6000억달러를 넘겨 약 700조원 가까이 되는데 그 중 3000억은 2100분의 1에 불과하다"며 "무역금융 235조는 꽤 큰 금액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인 혜택이 3000억, 100억에 불과하다는게 아쉽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수습기자 =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민관합동 수출전략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2019.01.21 pangbin@newspim.com

물론 지원규모 확대에 따른 위험도 분명 존재한다. 지난 2014년에 발생했던 '모뉴엘 사기대출 사태'가 단적인 사례다. 당시 가전업체인 모뉴엘은 한국에서 수출한 완제품을 해외에서 분해해 부품을 다시 수입하는 방식으로 허위 매출을 발생시켰다. 모뉴엘은 이를 기반으로 무보로부터 보증을 받아 총 3조2000억원에 달하는 대출을 받은 뒤 2014년에 파산했다. 손실은 고스란히 정책금융기관이 부담했다.

김 교수는 "모뉴엘은 사기수출거래였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이고 일반적인 수출이었다면 이런 대규모 손실은 생기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는 "수출기업이 최근에 진짜 수출을 해왔는지, 수출기반이 다져져 있어 는지를 확인하면 사기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의 적절한 감시만 있다면 무역금융에 대한 확대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onjunge0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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