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신영자산신탁, 한투부동산신탁, 대신자산신탁 등 3곳이 부동산 신탁(信託)업에 신규 진출한다. 신규 업체가 진입하는 건 지난 2009년 이후 10년 만이다. 이에 따라 오랫동안 과점형태를 유지하던 부동산신탁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기존 신탁사들은 막강한 자본력과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부동산신탁사들의 공세에 다소 긴장하고 있다. 수탁액만 180조원에 달하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부동산신탁 시장. 신규 신탁사들의 진입에 따른 시장변화와 신규업체들의 사업방향에 대해 들여다봤다.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신영증권이 부동산신탁업 사업자 예비인가 심사를 통과했다. 10년만에 문호 개방으로 내노라하는 금융·증권사들과의 경쟁을 뚫고 얻어낸 성과인 만큼 그 의미가 적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신영증권 여의도 신사옥 <사진=신영증권> |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신탁업 관련 임시회의를 열고 신영자산신탁(가칭), 한투부동산신탁(가칭), 대신자산신탁(가칭) 3개사를 예비인가 사업자로 선정했다. 이들은 2년 동안 업무 경험을 쌓은 후 별도의 인가절차 없이 차입형 토지신탁 업무 수행하게 된다.
부동산신탁업은 부동산 소유자로부터 권리를 위탁받아 수탁한 투지에 택지조성, 건축 등의 사업을 시행한 후 임대 또는 분양 등 개발사업을 통해 이익을 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사업이다.
신영증권은 부동산신탁 사업자 선정을 발판으로 기존 신탁사업 노하우에 부동산 서비스를 결합함으로써 종합재산관리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신영자산신탁이 구축할 종합재산관리 플랫폼 개요 [자료=금융위원회] |
구체적으로는 고객 자산을 금전자산과 부동산자산으로 분류한 뒤 금전자산은 신영증권의 종합재산관리 시스템으로, 부동산자산은 신영자산신탁을 통한 부동산신탁 서비스로 금전신탁과 부동산신탁을 통합 관리한다. 이를 통해 신탁수익 관리 및 재투자 자문을 통한 수익률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
또 고객의 부동산 자산가치 제고를 위한 전·후방 서비스를 연계하는 ‘원스톱(One-stop) 부동산 자산 밸류업(Value-up)’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치평가부터 재투자, 세금, 증여·상속 등 전 분야를 망라한 신탁 서비스를 통해 저평가된 잠재력을 극대화함으로써 부동산 가치를 최대로 끌어올린다.
노후 및 낙후지역의 재생 및 개발 사업도 적극 나선다. 지역의 경제 주체를 활용해 개발 사업을 진행함으로써 신탁 물건을 그룹화해 시공사, 금융사를 아우르는 공동 개발이 추진된다.
이 밖에 제도화된 금융 상품과 서비스가 부족한 중형 부동산 보유 고객을 노린 리테일 부동산 자산관리 시장 개척, 거주 지역과 투자 지역이 불일치하는 고객을 위한 원격지 자산관리 서비스, 시장에 중위험·중수익 리츠 공급을 통한 민간임대주택 공급 활성화 등을 주요 사업 계획으로 제시했다.
2017년 신영증권이 출시한 종합가문관리서비스 ‘패밀리 해리티지 서비스’ <사진=신영증권> |
금투업계에서는 부동산 신탁사업 진출이 신영증권의 DNA인 ‘가치투자’는 물론 최근 신탁사업 강화 기조와도 일맥상통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 1956년 설립된 신영증권은 1971년 현 경영진이 회사를 인수한 이후 지난해까지 47년 연속 흑자를 거둘 만큼 리테일(운용), 자산관리(WM), 투자금융(IB) 등 전 분야에서 안정적인 실적을 거둔 증권사다. 2017년부터는 증권사들에게 생소하던 신탁사업에도 적극 나서는 중이다.
새롭게 출범할 신영자산신탁은 일단 초기 자본금 3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컨소시엄을 조직한 신영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이 각자 보유한 지분만큼 자본금을 출자한다.
일단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신영증권이 사업 주도권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신영증권은 신탁사업자 예비인가 신청 이전부터 관련 테스크포스(TF)를 조직해 운영해왔다. 회사 측은 2년뒤 차입형신탁이 가능해지는 시기까지 최신 부동산 트랜드와 고객 수요를 반영한 상품 개발 및 우수 인력 확보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가계 자산의 70% 이상을 부동산이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은퇴한 고령 세대의 부동산 관리 부담 해소, 재개발·리모델링 등 가치 제고, 증여 및 상속 등 전문적인 자산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우리가 가진 장점을 바탕으로 중소형 부동산 자산관리 시장 개척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