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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박진범 기자 = 120조원 규모의 반도체 단지가 들어서는 경기도 용인시 일대 부동산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자 시·도가 이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투기세력이 개입한 의혹이 속속 제기됨에 따라 당국의 조치가 ‘뒷북 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박진범 기자] |
6일 지방자치단체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현재 경기도는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예정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르면 상반기 안에 최종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투기적인 토지 거래가 성행하거나 지가가 급격히 상승할 우려가 있을 때 지정한다. 이번 사업의 경우는 국가 주도 사업이 아니어서 국토교통부가 아닌 경기도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고시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면 기준면적을 초과하는 토지를 거래할 때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때문에 지역의 투기 수요를 차단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토지거래허가구역 같은 규제 장치들이 생기면 규제 때문에라도 거래가 쉽지 않은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국의 이런 움직임이 늦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이미 용인 일대의 땅값이 크게 들썩이고 있어서다. 이 지역 중개업소에 따르면 3.3㎡당 평균 50만~100만원하던 땅값이 최근에는 호가가 400만~500만원을 웃돌고 있다. 또 인근 미분양 아파트까지 빠르게 소진되는 모양새다.
급기야 일각에는 이미 몇 년 전부터 토지개발 도면 등 SK하이닉스의 내부 사업계획이 세간에 유출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산업통상자원부 발표 이전부터 투기세력이 손을 썼다는 정황이 잇달아 나오는 상황이다. 용인지역 부동산 중개업자 A씨는 “한참 전부터 서울에서 몰려온 부동산들이 땅값에 ‘장난질’을 쳤다”고 말했다.
당국의 늑장 대응은 정부가 집값을 잡아나가는 분위기에도 악영향이라는 지적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행정관청이 기업과 협의할 때 이미 땅 투기가 난리 날 것이라 예상하고 대책을 같이 준비했어야 했는데 손을 놓은 꼴”이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면 투기심리억제 및 상징적 효과가 있으므로 하루빨리 지정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용인시는 경기도와 협의해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심의 결과가 나오기 전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여부를 결론 짓겠다는 방침이다. 용인시 관계자는 “(국토부) 심의가 승인되면 투기가 더 횡행할 수 있어 조속히 진행하겠다”며 "이르면 올해 상반기 안에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수도권정비위원회는 이달 산업부가 요청한 용인 지역 산업단지 공급물량 추가 공급(특별물량)에 대한 심의에 들어간다. 용인이 반도체 클러스터로 확정되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첫 수도권 규제 완화 사례가 된다.
be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