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내 그림은 자연에서 출발했다."
수묵화가 김호득(69)은 자신의 작품 '흐름'(2018)을 이렇게 설명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으로 이를 꼽기도 했다.
그는 6일 학고재에서 열린 개인전 간담회에서 "이 두 선은 자연에서 출발했다. 선의 묘한 각도, 두 선의 관계는 공중에 휙 지나가는 바람의 흔적을 형상화했다. 물이라고, 산기슭이라고 봐도 좋다. 여러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학고재에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김호득 작가. 2019.03.06 89hklee@newspim.com |
김호득 작가는 자신의 수묵화 18점(개별 35점), 설치 2점을 이날부터 오는 4월 7일까지 학고재에서 전시한다. 학고재 본관에서는 김호득의 대표적인 연작 '광목이 그린 수묵'을 심도 있게 조명한다. '폭포' '계곡' '흐름' 연작을 주축으로 산수풍경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 대작 '산-아득'이 공개된다.
큰 붓이 지나간 자리 주변을 살펴보면 자연스러운 흘림과 흩어짐도 엿볼 수 있다. 이에 대해 김호득은 "다들 그런다. 어떻게 저렇게 자연스러운 튀김 현상이 일어나냐고. 말로 설명하기 힘들지만 따라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림을 그릴 때 몸을 같이 움직여야 한다. 손이든 발이든 자연스럽게 춤추듯 움직여야 한다"고 비법을 공개했다. 아울러 "음악도 듣는다. 국악을 들으면 좋은데, 나는 주로 재즈를 듣는다. 재즈가 국악과 비슷한 점이, 리듬이 아주 자연스럽다"고 귀띔했다.
흐름 Flow, 2018, 광목에 먹 Ink on cotton fabric, 159x248cm |
김호득식 풍경화인 '산-아득'은 손가락으로 그린 지두화다. 작가는 "중국식 산수화에서 벗어났다. 이 작품은 반복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평면화, 단순화하는 특징이 있는 현대미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 흘러가는 대로 그린다. 흐름을 조절하면서 물길을 잡아준다. 잘못 잡으면 실패하는 것"이라며 "여백을 남기고, 전체 구도를 생각하며 그린 작업"이라고 덧붙였다.
학고재 신관에서는 김호득이 한지, 광목, 먹 등을 이용해 제작한 실험적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다양한 매체를 전유하는 작가의 작품세계가 펼쳐진다.
지하 1층의 '틈-사이'는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형태의 설치작업이다. 영상 작가 황규백과 공동작업했다. 광목천에 흰색과 검은색을 입히고 그 위에 하늘에서 드론 카메라로 촬영한 바다 영상을 광목천에 비춘다.
이 작품을 마주 보는 자리에는 50호 캔버스 작품 '사이'가 설치작품과 절묘한 조응을 이루며 공간의 완성도를 높인다. 묵을 통한 표현은 마치 바다의 파도를 연상시키며 '틈-사이'와 대칭을 이룬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학고재에서 작품 '산-아득'을 그리는 법을 설명중인 김호득 작가. 2019.03.06 89hklee@newspim.com |
지하 2층에는 대형 설치 작품 '문득-공간을 그리다'가 시선을 압도한다. 이 작품은 지난해 파라다이스 시티 아트스페이스에 전시돼 주목 받았는데,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로 제작했다. 전시장 형태에 맞게 규모를 축소했다. 아래 수조 크기는 10mx4.8m다. 관람객은 오른쪽 통로를 걸어 다니며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문득-공간을 그리다'는 전시 공간 바닥면을 가득 메운 대형 수조와 스물한 장의 한지, 조명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천장에서부터 줄지어 매단 한지가 잔잔히 흔들리며 명상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검은 먹물로 채운 수조가 주위 공간을 비춘다. 수조에 모터를 설치해 수면은 지속적이고 움직이고 벽에 비친 그림자도 한 폭의 수묵화를 떠올리게 한다. 김 작가는 "공간과 평면, 시간의 의미와 연결하면 이 작품은 철학적으로도 해석할 여지가 많다"고 여운을 줬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학고재 김호득 전에 공개된 '문득-공간을 그리다'. 2019.03.06 89hklee@newspim.com |
김호득은 최근 한국을 넘어 아시아권에서도 주목 받고 있다.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요소를 두루 소화해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최근 타이베이 당다이(2019), 한국국제아트페어(2015) 등 국제 아트페어에서 해외 콜렉터의 관심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