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신흥국 채권시장이 심상치 않다. 연초부터 국채 및 회사채 발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한편 매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른 것.
시장 전문가들은 바짝 경계하는 표정이다. 신흥국 채권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됐고, 돌발 변수나 투자 심리 냉각에 의해 급반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 |
8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연초 이후 신흥국의 채권 발행 물량은 3600억달러로 파악됐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이와 별도로 시장 조사 업체 EPFR 글로벌에 따르면 올들어 신흥국 채권펀드로 밀려든 자금이 14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관련 채권에 대한 투자 수요도 기록적인 수준이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달러화 표시 채권 발행에 6.7배에 달하는 ‘사자’가 몰렸다. 이는 데이터 집계가 시작된 2016년 이후 최고치다.
이번주 카타르가 실시한 120억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에 500억달러의 자금이 홍수를 이뤘고, 스리랑카가 24억달러 규모로 달러채를 발행했다.
지난 1월에는 사우디 아라비아가 채권 발행으로 75억달러의 자금을 확보했고, 2월에는 이집트가 40억달러의 달러채를 매각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총선 이후 처음으로 2000억엔(18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이른바 ‘연준 풋’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 월가의 진단이다. 지난해 네 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했던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연초부터 ‘인내심’을 강조하며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 조절에 나서자 위험자산에 대한 매수 열기에 불을 당겼다는 얘기다.
매뉴라이프 애셋 매니지먼트의 지몬드 웡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연준의 금리인상과 극심한 시장 변동성 때문에 리스크를 대폭 낮췄던 투자자들이 고수익률 베팅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거시경제 한파가 두드러지는 상황에 비우량 채권 발행과 매수 열기가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점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특히 중국 건설업계의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련 업체들이 연초 이후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227억달러에 달했다. 특히 정크본드 발행이 봇물을 이뤘다.
중국 주택시장의 버블을 둘러싼 경고가 끊이지 않는 상황을 감안할 때 최근 동향이 불안하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지적이다.
이와 함께 예기치 못한 연준 정책 리스크가 점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정책 기조를 변경하거나 금리인상 움직임을 보일 경우 신흥국 채권시장의 과열에 따른 후폭풍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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