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수습기자 = 삼성그룹이 노조설립 징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사전에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모의훈련까지 시행한 것으로 법정에서 드러났다.
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 보고될 관련 문건도 작성됐는데, 문건에는 복수노조 시행을 유예하는 법 개정 추진 방안을 포함한 삼성그룹 노사전략의 핵심 내용이 담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12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평석 삼성전자서비스 전무 등 32명에 대한 6차 공판을 열었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김학선 기자 yooksa@ |
이날 검찰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과 노사전략인사지원팀 등이 작성한 ‘그룹노사전략’ 문건을 증거로 공개하며 삼성이 노조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매년 작성된 이 문건에는 노사전망 및 대책, 노사안정화 대책 등 그룹노사전략을 담고 있다. 노조설립 관련 △노조징후발생 △노조설립포착 △노조설립 △노조설립 상황대응의 4단계의 대응 방안이 적시됐다.
또 삼성은 사내 노조설립 움직임이 보이면 노사담당자에게 즉시 통보해 비상대응시스템이 가동될 수 있도록 모의훈련까지 했다.
이 훈련에는 ‘사전예방이 최선’이라는 목표 아래 인사·총무·홍보·법무팀 등 여러 부서가 참여했다.
검찰은 이 같은 모의훈련이 삼성그룹의 비노조 전통을 유지하는 목적으로 보고 있다.
검찰 측은 “강경훈 전 삼성전자 부사장을 비롯해 최 전무, 목장균 전 삼성전자서비스 전무 등 피고인들은 10년 이상 이 상황별 위기대응전략을 마련하고 학습한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검찰은 2011년 7월 복수노조시행에 따른 대응방안을 삼성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하기 위해 작성된 ‘A보고’ 문건을 공개했다. 해당 문건에는 △복수노조시행을 재차 유예하는 법개정 추진 △그룹 내부 전 임직원 노사교육 강화 △원천적 노조설립 차단 등 핵심적인 그룹노사전략 방안이 담겼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종전 재판에서와 마찬가지로 검찰이 제시한 이들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됐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의 압수수색은 위법하게 이뤄졌고, 따라서 이를 통해 수집된 증거도 위법하다”고 기존과 같은 입장을 되풀이했다.
재판부는 “지난 기일에 이미 증거채택을 했고, 위법수집증거에 관한 최종판단은 판결 선고시에 하겠다”고 이를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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