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북한 정권 역사상 최초로 ‘최고영도자’가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당선자 명단에서 빠져 눈길을 끌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2일 북한 중앙선거위원회의 발표를 인용, “선거결과를 종합한데 의하면 전국적으로 선거자 명부에 등록된 전체 선거자의 99.99%가 선거에 참여했다”며 “해당 선거구에 등록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후보자들에게 100% 찬성투표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그러면서 “중앙선거위는 전국의 모든 구선거위원회들에서 제출한 선거결과에 대한 보고를 심의하고 당선된 687명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의 이름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북한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방송은 이날 오후 당선자 명단을 공개했다. 하지만 공개된 명단에서 ‘김정은’이라는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10일 김책공업종합대학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후보인 홍서헌 김책대학 총장에게 투표하고 있다.[사진=조선중앙tv 캡처] |
김 위원장은 지난 2014년 3월 제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는 111호 백두산선거구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대의원 선거에서는 백두산선거구 자체도 없었으며, 김 위원장도 당선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애초에 출마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이날 별도의 분석자료를 통해 “북한 정권수립 이래 최고지도자 미선출은 최초”라며 “구체적 배경은 추후 관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통일부에 따르면 김일성 주석은 1948년 제1기 대의원 선거가 실시된 이후 1994년 사망하기 전인 제9기까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후계자 시절인 1982년 제7기 대의원부터 2011년 사망하기 전인 제12기까지 대의원 선거에 출마·당선돼 왔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시절과 다른 김 위원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임재천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김일성, 김정일 시대 때와의 단순한 차별화를 두기 위한 행보는 아닌 것 같다”며 “그러나 확실한 것은 김 위원장이 대의원에서 빠지게 되면 최고인민회의 위상이 실질적으로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최고지도자가 있어야 최고인민회의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월 28일(현지시각)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가운데,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회담장인 메트로폴 호텔 앞에서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김 위원장은 대의원에 미선출 됐지만 그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제5호 갈림길선거구 대의원에 당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을 수행한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 ‘김씨일가 집사’라 불리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도 대의원 반열에 올라섰다. 이들은 각각 제371호 운하선거구, 제484호 온정선거구, 제100호 강철선거구에 당선됐다.
다만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는 대의원 대열에 포함되지 않았다.
아울러 대외·대남부문 주요 인사도 이번에 대의원 반열에 올랐다. 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김성남 당 국제부 제1부부장, 최강일 외무성 부국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은 대의원에 처음 선출됐다.
이번 선거로 ‘김정은 2기’가 출범했다. 13기 대의원 선거 때 대의원 교체율은 55%였으나 이번에는 약 50%로 다소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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