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 제재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북한 정부가 한층 정교하고 다양하고 방법을 동원해 안보리의 제재를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북 제재위가 공개한 전문가패널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선박간 환적 등을 이용해 석유와 석탄을 밀수입하는 한편 이란 등과의 무기거래, 가상화폐 해킹, 어업권 판매 등을 통해 안보리의 제재를 피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국 NBC 방송등이 전했다.
보고서는 특히 북한의 해상에서 선박간 환적 수법이 대담해지고 정교해지고 있다면서 지난해 석유제품의 불법 환적이 크게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연례보고서 [사진=NBC 캡쳐] |
휴 그리피스 대북제재위 대표는 이와 관련, NBC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지난 15년 동안 불법 해상 행위를 추적해왔지만 이렇게 정교한 밀수 방법들은 처음 본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제재위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감시를 피해 해상 환적 작업을 하기 위해 복잡한 선박 위장 수법도 자주 사용하고 있다면서 ‘육통(Yuk Tung)호’의 사례를 들었다.
이 선박은 지난해 5월 동중국해 해상을 운항하면서 선박자동식별장치(AIS)로는 파나마 국적의 마이카(Maika)호인 것처럼 신호를 보냈다. 육통호는 쌍둥이 선박으로 건조된 인도양 코모로제도 국적의 하이카(Hika)호로도 등록하는 등 다양한 선적 세탁 과정을 걸친 것으로 파악됐다.
제재위는 북한이 동중국해와 서해상에서 해상 환적을 하면서 선박 상호 간에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중국의 ‘위챗’을 사용하는 한편 블록체인 기술까지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석유제품 해상 환적에 23척 정도의 유조선이 활용됐으며 이중에서도 안산1·천마산·삼정2·유손·금은산·새별 등 6척이 환적물량의 절반을 차지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제재위는 북한으로 수송된 석유 제품과 각종 금수품들이 집결되는 곳으로 남포항을 지목했다. 보고서는 남포항을 의심스러운 불법 활동의 허브라고 지적한 뒤 "남포항에서는 금수품목인 북한산 석탄이 수출되고, 불법 환적된 유류의 수입이 폭넓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은 남포항에 설치된 수중 송유관을 통해 해상에 있는 선박으로부터 석유 제품등을 비밀리에 옮기고 있다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이밖에 이란을 비롯해 시리아, 알제리,이집트, 민주 콩고, 우간다 등 27개국이 북한과 불법무기 거래와 군사협력을 통한 안보리 대북 제재 위반과 관련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제재위는 북한과 이란 간 군사협력 부분에 주목했다. 이란이 북한의 주요 무기 거래 시장이며 북한도 이란에 무기 수출 사업과 관련해 청송연합,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 등의 현지 사무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연례보고서 [사진=NBC 캡쳐] |
미국 정부와 국제사회는 그동안 북한이 이란과 일반 무기는 물론, 미사일과 핵 기술 관련 협력 사업도 비밀리에 수행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한편 보고서는 중국계 업체인 천강무역회사와 남흥무역회사 등이 핵 프로그램에 필요한 핵심 부품인 압력변환기 거래에 등에 연루돼 있어 감시 대상에 올렸다고 밝혔다.
제재위는 또 북한 정찰총국의 주도로 북한의 해커들이 금융기관들을 상대로 해킹을 하고 있다면서 지난 2018년 5월 칠레 은행에서 1천만 달러를 해킹했고 같은 해 8월에는 인도의 코스모스 은행에서 1350만 달러를 빼돌려 홍콩의 북한 관련 회사 계좌로 이체한 바 있다고 밝혔다.
제제위는 이밖에 지난 2017년부터 2018년 9월까지 아시아에서만 최소 5차례에 걸쳐 가상화폐거래소를 해킹 5억7100만 달러를 절취했다는 전문가 보고도 소개했다.
한편 보고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외국 정상회담 등에 사용한 전용차인 메르세데스 벤츠 리무진과 롤스로이스 팬텀 등도 안보리 제재를 위반해 수입된 품목이라고 지적했다.
제재위는 이같은 고급 차량들이 북한에 수입된 것은 명백한 재재 위반이지만 북한의 차종 조회 거부 등으로 유입 경로를 밝혀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