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해외부동산에 대한 금융투자사들의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린 이들에게 해외부동산은 가장 매력적인 투자대상중 하나다. 초대형 투자은행(IB)은 막강한 자금력을 통해 선제적으로 시장 개척에 나섰고, 후발주자인 중소형사들은 자기자본을 늘리며 추격중이다. 국내 금융투자사들의 해외부동산 투자전략과 현황, 리스크 관리 방안에 대해 알아봤다.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금융투자업계의 해외 부동산 투자 확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기존 주식거래 및 금융상품 판매와 같은 리테일 사업 대신 IB가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잡으면서 대체투자의 한축인 부동산 분야에 앞다퉈 인력과 자본을 투입하는 양상이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뉴스핌DB] |
15일 금투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상위 10개 투자금융사들의 2018년 해외 부동산 투자규모는 약 4조원에 육박한다.(12월 기준) 이는 대외적으로 공개된 내용만 합산한 것으로, 현재 딜이 진행 중이거나 셀다운 (인수후 매각)과정에 있는 투자건 일부는 제외됐다.
해외부동산 투자가 가장 활발한 금융투자사는 국내 자기자본 1위인 미래에셋대우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해외투자에만 약 2조8000억원을 투입했다. 이 가운데 부동산 관련 투자는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코스모 폴리탄호텔 메자닌 투자를 시작으로 영국 런던 캐논브리지, 홍콩 더센터빌딩, 호주 어버포인트 석탄터미널, 독일 쾰른 정부기관 오피스빌딩 인수 등 다양한 국가에서 성과를 거뒀다.
최근에는 매입가만 1조원을 상회하는 프랑스 파리 마중가 타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기도 했다. 유럽 운용사 아문디 이모밀리에(Amundi Immobilier), 현지 기관투자자와 공동투자한 해당 건물은 회계 컨설팅업체 딜로이트 본사와 악사그룹 자산운용사 악사인베스트먼트매니저스(AXA Investment Managers) 본사가 장기 임차하고 있어 누가 매수자가 될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 바 있다.
일찌감치 해외부동산에 눈을 돌린 한국투자증권도 크게 약진했다. 4900억원의 벨기에 브뤼셀 외교부 청사를 비롯해 미국 산호세 이베이 노스캠퍼스와 필라델피아 GSK 미국본사, 영국 런던 70마크레인 빌딩, 스페일 바르셀로나 네슬레 본사 등 이미 공개된 계약에서만 1조원이 넘는 딜을 성사시켰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 삼성증권 등 나머지 초대형IB 역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뉴욕 맨하튼 타임스퀘어 빌딩과 런던 캐논브릿지하우스 빌딩(이상 NH투자증권), 영국 런던 샤프츠버리 에비뉴 빌딩(KB증권), 미국 미니아폴리스 빌딩, 캐나다 토론토 호텔X(이상 삼성증권) 등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10위권 금융투자사에선 하나금융투자가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뒀다. 하나금융투자는 미국 덴버 오피스 빌딩과 영국 런던 캐논그린 빌딩·버밍험 쇼핑파크, 독일 프랑크푸르트 트리아논 오피스 빌딩 등에 1조원 이상 투자했다. 이 밖에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도 해외부동산 투자에 공을 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매입 자금은 금융투자사들이 직접 자기자본을 투입하거나 기업금융, 컨소시엄을 통해 조달한다. 특히 자기자본이 충분한 초대형IB의 경우 과감한 베팅을 통해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도 한다.
부동산펀드를 통한 자금조달 역시 주로 선택하는 자금 조달 방식 가운데 하나다. 투자한 오피스에서 나오는 임대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거나 일정 수익을 보장하는 펀드를 출시하고, 여기서 모인 자금을 부동산 인수 작업에 투입하는 것이다.
A 금융투자사 관계자는 “각국 중앙은행의 저금리 정책에 의해 풀린 글로벌 자금이 몰리면서 오피스와 상가 등 전통적인 부동산은 물론 인프라 관련 투자가 크게 늘었다”며 “최근에는 국가별 주요 랜드마크나 세계적인 기업이 입주한 곳에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거래금액이 크게 상승해 자금 조달 능력도 중요한 변수가 됐다”고 덧붙였다.
금융투자사들은 딜 소싱에 성공한 부동산을 다른 투자자에게 매각하고 주관 수수료 등을 챙김으로써 수익화에 나선다. 이 때 주 고객은 역시 대체투자 비중 확대를 꾀하는 기관투자자들이다.
기관투자자들이 직접 투자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국민연금공단이 영국 런던의 골드만삭스 유럽본부 건물을 12억파운드(약 1조8000억원)에 구매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거래 경험이 풍부한 증권사에 일정 수수료를 챙겨주는 대신 투자안정성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B 투자금융사 관계자는 “미매각에 대한 우려도 나오지만 우량 매물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라며 “투자처 발굴부터 미리 기관투자자와의 협업함으로써 양쪽 모두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때문에 업계에선 해외부동산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B 관련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상황에서 해외 부동산 금융을 중심으로 글로벌 투자 역량을 확대하려는 증권사들의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C 금융투자사 IB 담당 임원은 “다른 IB 분야와 달리 해외 부동산은 투자대상과 수요가 다양해 각자 컨셉에 맞는 전략을 짤 수 있다”며 “여기에 ‘큰손’으로 불리는 중국계 자금이 정부 정책 변화에 따라 국내로 자금을 회수하면서 국내 금융투자사들의 선택권이 더욱 넓어진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중소형사들이 일제히 자기자본 확대에 나선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하나금융투자와 SK증권, 키움증권이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 확충에 나선 데 이어 한화투자증권 역시 1000억원 규모의 유증을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금투업계 CIO는 “기존 영위하던 사업 모델만으로는 살아남기 쉽지 않다는 것을 모든 회사들이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일부 우려의 시선에도 부동산 등 대체투자 관련 공격적인 투자가 꾸준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