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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톡] 류준열의 다채로운 얼굴을 보고 싶다면…'돈'

기사등록 : 2019-03-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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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조일현(류준열)은 부자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여의도 증권가에 입성한다. 하지만 빽도 줄도 없는 신입 주식 브로커일 뿐. 급기야 오르지 않는 실적에 해고 위기에 몰린다. 그때 베일에 싸인 작전 설계자 번호표(유지태)가 나타난다. 번호표는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위험한 거래에 참여하라고 제안한다. 

영화 '돈' 스틸 [사진=쇼박스]

영화 ‘돈’은 정현도 작가의 소설 <돈:어느 신입사원의 위험한 머니 게임>(2013)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부당거래’(2010), ‘베를린’(2012), ‘남자가 사랑할 때’(2013)의 조감독 출신 박누리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영화는 오전 8시 장이 열린 후 정신없이 움직이는 증권가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엄청난 액수의 돈과 거기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증권가의 풍경이 초·중반에 걸쳐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리얼리티 면에서도 크게 흠잡을 데 없다. 박 감독은 여의도 증권가 풍경을 현실적으로 그리기 위해 1년이 넘는 시간을 투자했고 그럴듯한 결과물을 얻었다.

증권가를 배경으로 했지만, 관련 지식을 크게 활용하지 않았다는 점도 장점이다. ‘돈’은 증권, 주식 등에 관한 특별한 이해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누구라도 무리 없이 이야기에 스며들 수 있다. 여기에 직장생활 애환과 돈을 바라보는 ‘웃픈’ 유머들을 곳곳에 녹여 공감대를 높였다. 

주인공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는 일은 또 다른 재미다. 특히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2014) 속 조단 벨포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그러했듯 좋은 집, 고급 차, 비싼 옷 등 초고속 인생 역전의 길을 걸으며 변해가는 조일현을 지켜보는 맛이 쏠쏠하다. 

반면 장르적 재미는 부족하다. 범죄 영화 특유의 반전이나 쾌감이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순한 서사구조를 취한다. 호기롭던 초반과 비교했을 때 갈등이 해결되는 과정도 밋밋하다. 가장 아쉬운 지점은 결말이다. 돈에 대한 화두는 던지지만, 거기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나 깨달음까지 주는 영화는 아니다. 

영화 '돈' 스틸 [사진=쇼박스]

빈틈을 채우는 건 역시나 배우들이다. 번호표를 열연한 유지태, 한지철로 분한 조우진 모두 안정적인 연기로 극을 단단하게 받쳐준다. 가장 인상적인 건 류준열이다. 류준열은 타이틀롤 조일현을 연기, 패기넘치는 사회 초년생의 모습부터 돈의 맛을 알고 변해가는 그의 내, 외적인 변화를 매끄럽게 풀어간다.

여성 캐릭터를 소비하는 건 감독의 ‘성별’이 아닌 ‘시선’의 차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박 감독이 보는 여자는 위기의 순간 가슴부터 들이밀고 보는 나약한 기회주의자다. 오는 2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jjy333jj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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