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가 헌재에 처음으로 ‘낙태죄는 위헌’이라는 의견을 전달해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여부 결정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찬반 측 공방도 거세질 전망이다.
18일 인권위에 따르면 인권위는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현행 형법은 여성의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하는 위헌이라는 취지의 의견을 최근 헌재에 전달했다.
인권위는 현행 낙태죄를 두고 여성의 △자기결정권 △건강권과 생명권 △재생산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폐지공동행동 회원들이 낙태죄 위헌 판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03.08 pangbin@newspim.com |
인권위는 결정문을 통해 “출산은 여성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안임에도 낙태죄는 여성 스스로 임신 중단 여부를 결정할 자유, 즉 자기 결정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민주 국가에서 임신을 국가가 강제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임신의 중단, 즉 낙태 역시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결정할 권리가 있고, 국가는 이를 보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낙태죄 찬반 논쟁도 다시 불이 붙는 모양새다.
낙태법 유지를 바라는 시민연대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서울 시내 10여곳과 부산, 대구, 인천 등지에서 동시다발로 1인 시위에 들어갔다. 이들은 이날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태가 여성의 권리여야 한다는 주장은 태아가 독립적 인간 생명이라는 생물학적, 발생학적 기본 전제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모든 인간의 생명권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보호돼야 함에도 태중에 있다는 이유로 태아의 생명권은 지켜질 가치가 없는 것으로 인식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낙태죄 반대단체는 인권위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지난 8일 “임신을 중지한 여성을 형사 처벌하고 범죄화하는 형법 낙태죄는 여전히 여성의 인권을 억압하고 있다”며 “여성의 몸을 범죄화하고 여성의 인권과 건강권을 방치해 온 역사를 종결하기 위해 헌재는 낙태죄 위헌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 참석자가 낙태죄 폐지반대 합헌 판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03.08 pangbin@newspim.com |
이처럼 낙태죄를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면서 헌재의 최종 판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헌재 재판관 9명 중 6명이 찬성하면 낙태법은 66년 만에 폐지된다.
과거 낙태죄 위헌 여부를 심리했던 2012년 당시에는 헌법재판관 8명 중 4명은 합헌, 4명은 위헌 의견을 밝혀 찬반이 팽팽히 맞섰다. 하지만 이번 심리에는 인권위가 처음으로 ‘낙태죄는 위헌’이라는 의견을 전달했고, 최근 이뤄진 여론조사에서도 낙태죄 폐지에 찬성하는 의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보건복지부 의뢰로 '인공임신중절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서는 낙태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죄를 개정해야 한다고 응답한 여성이 74.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합법적으로 낙태를 할 수 있는 규정이 담긴 현행 모자보건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48.9%로 조사됐다.
한편 헌재는 산부인과 의사 A씨가 2017년 12월 낸 헌법소원(낙태죄 위헌 여부)에 대해 1년간 심리한 결과를 다음달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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