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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핀테크기업에 문 '활짝'…디지털 금융 '적과의 동침'

기사등록 : 2019-03-1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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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API 대폭 확대…플랫폼·고객·데이터도 공유
핀테크기업 서비스 개발 속도 ↑…은행은 고객 확대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시중은행들이 외부 핀테크기업에 빗장을 풀고 있다. 금융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일부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공유하는 것에서 나아가 오픈 API 마켓을 만들거나, 은행 모바일앱 자체를 외부에 전면 개방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외부 플랫폼을 이용하는 고객을 끌어오는 전략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달 말 API 오픈 마켓을 열 계획이다. API는 금융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일종의 도구다. 외부업체는 여러 API를 블록처럼 조합해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기존에는 결제, 송금 등 일부 API를 제공했으나, 앱을 자유롭게 다운받는 앱 마켓처럼 API 시장을 만들어 공유 폭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자상거래, 부동산 등 사업 영역 별로 필요한 API를 묶어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방침이다.

오픈 API 예시 [이미지=금융위]

앞서 신한은행은 크라우드펀딩 업체 '와디즈', 부동산 중개 플랫폼 '다방' 등과 협업한 경험이 있다. 와디즈에는 투자자가 입금한 돈을 실시간으로 확인·관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주고 이 자금을 신한은행이 맡고 있다.

다방에는 보증금 대출 한도 조회 API를 제공했다. 이를 통해 은행 앱으로 이동하지 않아도 다방 앱에서 매물 검색과 대출 한도 조회까지 가능하게 했다. 대신 신한은행은 한도 조회 후 대출을 받으려는 다방 이용자를 신규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다.

장현기 신한은행 디지털R&D센터 본부장은 "고객 군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들과 플랫폼을 공유하면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면서 "은행 밖에서 일어나는 데이터를 확보하면 고객을 더 잘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API뿐 아니라 은행 플랫폼 자체를 외부에 열 계획이다. 오는 5월 자사 모바일앱인 '위비뱅크'를 핀테크기업에 전면 개방해 은행 고객을 공유하는 것이다. 반대로 고객은 우리은행 플랫폼에서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핀테크기업은 고객의 동의를 전제로 우리은행의 API, 고객, 데이터를 공유하고, 우리은행은 가능성 있는 사업자와 협업 기회를 확대하는 전략이다. 은행과의 이해관계에 따라 문을 열고 닫는 게 아니라 일종의 핀테크 마켓을 만들겠다는 게 우리은행의 복안이다. 

2015년 NH농협은행이 은행권에선 처음으로 오픈 API를 시작한 후 이 같은 흐름이 확대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40여개 API를 제공하고 있으며 제공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현재 외부 핀테크 업체들과 제휴하기 위한 오픈 API 시스템을 구축하는 중이다.

오픈 API는 시중은행과 핀테크기업들의 '윈윈 전략'이다. 핀테크 사업자는 은행 API를 이용해 낮은 비용으로 금융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선 외부 사업자와 IT 자원을 공유하는 대신 이들이 운용하는 자금이나 고객을 얻을 수 있다. 핀테크 기업들과 다양한 협업 모델을 만들수록 디지털 금융 환경에서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핀테크 기업들은 협력 대상이지 경쟁하는 상대는 아니다"라며 "대형 은행들은 고객의 정서를 빠르게 읽기 위해 핀테크사들이 필요하고, 핀테크사들은 은행의 신뢰성이나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윈윈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사진=게티이미지]

yrcho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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