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고시원에 거주하는 기초수급자 수준의 저소득층에게 서울시가 공급키로 한 '고시원 리모델링 사회주택'은 '그림의 떡'이 될 전망이다.
고시원 사회주택 역시 현행 사회주택과 같은 '주변 시세 80%'를 적용할 방침이라서다. 여기서 주변시세는 원룸, 다세대주택과 같은 '주택'의 시세를 말한다. 이렇게 되면 월 40만원 가량의 높은 주거비 부담이 불가피하다. 결국 10만~20만원 수준의 저렴한 고시원에 살고 있는 저소득층엔 '스카이캐슬'이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의 이번 고시원 대책은 동작구 노량진과 같은 실제 고시생 및 공시생(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을 위한 대책이란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8일 서울시가 발표한 '노후고시원 거주자 주거안정종합대책'에 따르면 기존 고시원을 시가 사들여 리모델링한 후 공급하는 리모델링 고시원 사회주택의 임대료는 주변 1~2인 거주 주택시세의 80%가 될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가 공급키로 한 고시원 사회주택은 주택 기준에 맞춰 짓기 때문에 임대료도 주택 수준에 맞출 수밖에 없다"며 "현행 열악한 주거환경의 고시원보다는 임대료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가 말하는 '주변시세'란 주변 고시원 이용료가 아니다. 원룸 등을 비롯한 1~2인 거주용 '주택'의 임대 시세를 뜻한다. 고시원은 수가 많지 않아 주변시세를 책정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주변 고시원 이용료도 참조하지만 결국 주변 주택 임대시세로 고시원 사회주택 가격이 맞춰질 것이란 이야기다.
시는 주변 주택임대시세를 감정평가 한 후 고시원 사회주택의 임대료를 책정한다는 방침이다.
고시원 리모델링 사회주택 예시 [자료=서울시] |
이에 따라 20만원 정도를 이용료로 내는 서울지역 저가 고시원 거주자에게 고시원 사회주택은 언강생심 입주를 꿈꿀 수 없는 '고가 주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시 관계자는 "예상 임대료를 감안할 때 1인 기준 월 소득 170만원 이하인 차상위계층이 거주하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정도 임대료를 맞출 수 있는 고시원 거주자는 동작구 노량진과 같은 실제 고시 준비생들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서울시는 노량진에서 이번 대책에서 나온 고시원 사회주택이나 리빙라운지 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민 이상 부모를 둔 고시생과 공시생이 거주하는 노량진 일대 고시원의 월 이용료는 35만~50만원에 이른다. 반면 대형 참사가 벌어졌던 종로구와 같은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고시원은 월 이용료가 10만~20만원 선이다.
시는 이날 대책에서 고시원에 거주하는 1인 기준 월소득 170만원 이하 차상위 계층에 대해 주택바우처를 지급키로 했다. 하지만 고시원 사회주택에는 주택바우처를 받는 차상위 계층이 입주를 하지 못할 상황에 놓인 셈이다.
이렇게 되면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위한다는 서울시의 고시원 주거안정종합대책의 본질을 훼손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시장 전문가는 "저소득층의 주거안정 문제는 공공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하는 우선순위 복지"라며 "주거기준을 높이는 것도 공공의 역할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저가 주거시설을 공급해야하는데 이에 배려가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주변 고시원 업주들이나 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배려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시가 저렴한 고시원 사회주택을 내놓을 경우 주변 임대사업자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로 대학교들도 주변 임대사업자들의 반발 때문에 기숙사를 확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소득층이 들어갈 수 없는 고시원 사회주택은 의미가 없다는 분석이 많다.
장성현 경제정의실천을위한시민연대 간사는 "시가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대책을 내놓은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며 "다만 주거비가 부족한 저소득층에 높은 주거비를 부담케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만큼 저렴한 주거비를 낼 수 있는 공공주택을 확대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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