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조필호(이선균)는 뒷돈에 범죄까지 사주하는 악질경찰이다. 급하게 목돈이 필요했던 그는 경찰 압수창고를 털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자신의 사주를 받아 창고에 들어간 한기철(정가람)이 의문의 폭발사고로 죽는다. 자연스레 조필호는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설상가상 거대기업의 불법 비자금 자료가 타버리며 검찰 수사선상에도 오른다. 조필호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건을 쫓고 폭발사고 증거를 가진 고등학생 미나(전소니)와 엮이게 된다.
영화 '악질경찰' 스틸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
영화 ‘악질경찰’은 ‘아저씨’(2010), ‘우는남자’(2014)의 이정범 감독이 내놓은 신작이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악독하게 살던 남자가 더 큰 악에 희생당한 소녀를 보고 이에 맞서는 게 큰 줄기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부패했던 주인공은 참된 인간으로 거듭난다. 독창적이거나 특별한 서사는 아니다만, 리듬 자체가 경쾌해 흡인력이 있다. 특히 적재적소에 배치된 액션, 스릴러,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를 즐기는 재미가 있다.
물론 이 영화의 ‘진짜’ 목적이 이런 장르적 재미는 아니다. 알려진 대로 ‘악질경찰’은 세월호 참사를 모티브로 했다. 참사 1년 후 안산이 배경이다. 이 감독은 처음부터 2014년 4월 16일을 기리고자 이 영화를 만들었다. 그러니 피하거나 돌아가는 법은 없다. 직접적인 방식으로 희생된 아이들에게 사죄한다. 사고 전에도, 후에도 제대로 된 어른이지 못해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인다. 조필호가 미나를 보며 느낀 죄의식, 분노, 슬픔, 안타까움 등 여러 감정은 어느새 관객을 휘감는다.
누군가는 세월호 참사와 상업영화의 만남 자체가 불쾌할 수도 있다. 세월호 참사는 수많은 희생자를 낸, 국민적 트라우마를 안긴 사고다. 이용한 거라고 분노하거나 배려 없는 행동이라고 탓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감독은 “침묵보다 낫다”고 했다. 사람마다 위로의 방식은 다르다. 다른 걸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중요한 건 출발점이고 의도다. 이 감독은 떠나간 아이들에게 미안함을 전하고 남겨진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보여주길 원했다.
영화 '악질경찰' 스틸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하다. 타이틀롤 조필호 역을 맡은 이선균은 로맨스만큼이나 자신이 잘하는 연기를 보여줬다. 다만 장르, 캐릭터 특성상 출연작 ‘끝까지 간다’(2014) 속 고건수와 부딪히는 건 어쩔 수 없다. 대기업 회장 정이향 역의 송영창, 정이향의 오른팔 권태주 역의 박해준의 실감 나는 악역 연기는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는 중요한 요소다. 미나 역을 소화한 전소니는 단연 이 영화의 발견이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남자친구’(2019) 속 매력과 또 다르다. 그때보다 더 반짝인다. 오는 20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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