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취업포털 등에 따르면 우리 시대의 청년들은 17개월 정도의 준비기간을 걸쳐 12번 정도 입사지원을 해야 면접이라는 마지막 관문에 도달한다. 극심한 취업난은 합격은 커녕 “면접만이라도 제대로 봤으면 좋겠다”는 한숨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종 면접에서도 절반 가량은 고배를 마신다.
면접 기회를 잡았다고 해도 기업 10곳 중 3곳만 면접비를 지급하는 상황에서 맞춤형 옷차림인 정장을 준비하는 건 쉽지 않다. 바지와 와이셔츠, 구두, 넥타이, 자켓 등 이른바 ‘풀세트’를 마련하려면 수십만원이 필요하다. 이에 서울시는 2016년부터 고교졸업 예정자부터 만 34세 이하 청년까지 1년 10회까지 무료로 정장을 빌려주는 ‘취업날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마이스윗인터뷰 사당점에서 무료정장 코디를 받기 전 기자의 옷차림(왼쪽)과 맞춤형 정장을 입은 후 모습. 마이스윗인터뷰에는 서울시 정책에 맞춰 정장과 넥타이, 구두 등 모든 면접복장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사진=정광연 기자] |
신촌과 사당 두 곳에 매장을 운영중인 ‘마이스윗인터뷰’는 2017년부터 취업날개 서비스에 참여하고 있는 회사다. 지난해 신촌첨에서 무료 정장 대여 서비스를 받은 취업준비생만 서울시 기준 1만4000여 명에 달한다. 더 많은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지난해 12월 사당점을 추가로 오픈했다. 신촌점과 사당점이 보유한 정장은 각각 800세트와 500세트. 올해 목표는 2만명이다.
지난 18일 방문한 마이스윗인터뷰 사당점. 이충규 과장과 노하늬 매니저는 능숙하게 기자를 상대로 정장과 구두, 벨트, 넥타이를 골랐다. 조금 긴 바지는 의상관리실에서 5분 만에 수선이 가능했다. 단순히 정장만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코디와 스타일링, 맞춤형 수선까지 가능한 ‘원스톱’ 서비스다. 츄리닝에 슬리퍼를 끌고 와도 면접 ‘복장’ 준비는 완벽하게 가능하다.
마이스윗인터뷰는 신촌점과 사당점 두 곳에 1000세트가 넘는 정장을 비롯해 구두와 넥타이를 확보하고 있으며 의상관리실을 마련, 현장에서 맞춤형 코디까지 제공한다. 면접을 위한 모든 의상코디를 제공해 청년들의 취업난을 지원한다. 사진은 사당점 모습. [사진=정광연 기자] |
김태문 마이스윗인터뷰 대표는 “2012년에 정장 대여 사업을 시작했는데, 금전적인 어려움 때문에 면접 복장 마련조차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그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정장을 제공해 취업에 도움을 주는 것이 목표다. 돈이 많이 들어도 정장을 직접 제작하는 이유도 좀 더 멋진 옷을 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청년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다독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마이스윗인터뷰는 수익만을 바라보는 회사가 아니다. 비공개지만 서울시와 맺은 계약은 일반적인 정장대여료인 5만원보다 크게 낮다. 여기에 취업날개 서비스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청년들에게도 시세보다 저렴한 3만9000~4만4000원 수준으로 정장을 빌려준다. 낮은 가격에 따른 사업적 ‘손해’는 자체 제작 의류 사업 등으로 만회한다는 계획이다.
김태문 마이스윗인터뷰 대표. [사진=마이스윗인터뷰] |
이충규 마이스윗인터뷰 과장은 “오랜 취업 준비 때문에 정장 대여비가 없어서 매장에 주저앉은 학생을 본적도 있다. 취업난은 정말 고통스럽다. 그런 청년들을 대상으로 돈벌이에 나서는 건 생각한 적도 없다. 손해가 좀 있어도 청년들이 건강해야 우리 사회 자체가 건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취업날개에 대한 청년들의 만족도는 높다. 당장 필요한 도움을 제공한다는 점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도와주는 배려에 힘이 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남은 과제는 얼마나 오랫동안 높은 퀄리티로 취업날개 서비스를 유지하느냐 하는 부분이다. 경기침체에 따른 취업시장의 어려움을 감안할 때 무료 정장대여와 같은 실효성 높은 청년정책이 다수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서울시] |
서울시 일자리정책과 관계자는 “지난해 취업날개 예산은 6억원 수준이었지만 청년들의 반응이 좋아 9억원으로 확대 편성했다. 올해는 12억원까지 늘려 지원한다는 계획”이라며 “세부사안 때문에 매년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있지만 취업난이 심하다는 점에서 취업날개 서비스는 중장기적으로 운영, 유지할 계획이다. 청년들에게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