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오는 6월 30일까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연기할 것을 EU 측에 공식 요청했다. 그러나 EU 측은 영국이 브렉시트 시한을 유럽의회 선거가 예정된 오는 5월 23일 이전이나 그보다 훨씬 이후로 명확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메이 총리는 20일(현지시간) 도날드 투스크 EU 상임의장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의회에 합의안을 다시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버리지 않았다면서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한 후 의회가 이를 비준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영국이 EU를 법적으로 탈퇴하는 절차인 리스본조약 50조를 오는 6월 30일까지 연기하도록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 서한에는 6월 30일 이후로 더 오래 브렉시트를 연기하는 내용이 언급되지 않았다.
원래 예정된 시한은 오는 29일이다. 시한을 고작 9일 앞둔 이날도 영국은 EU 탈퇴 방법과 시기, 탈퇴 자체에 대한 정당성을 놓고 분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6년 6월 영국은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결정했다.
이날 메이 총리는 의회 연설에서 “나는 총리로서 브렉시트를 6월 30일 이후로 추가 연기하는데 준비되지 않았다”며 “나는 장기 연장에 반대하며 장기 연장의 결과는 의회가 유럽에 대한 고민만 계속하도록 끝없는 시간을 보내게 할 것이며 우리나라에 중요한 쟁점들을 다룰 수 없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0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에 보낸 서한.[사진=로이터 뉴스핌] |
메이 총리는 의회에 자신의 합의안에 대한 승인 여부를 다시 물을 계획이다. 당초 영국 정부는 오는 21~22일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브렉시트 합의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었지만 존 버커우 영국 하원의장이 같은 내용에 대해 표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못 박으면서 표결은 좌절됐다.
반면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는 유럽의회 선거가 예정된 5월 23일 전에 영국이 EU를 탈퇴하거나 연말 등 그보다 훨씬 이후에 브렉시트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EU 대변인은 영국이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5월 23일 전에 탈퇴하고 그 이후에 탈퇴하기를 원하면 영국이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U의 입장이 담긴 문건은 “영국에 부여되는 어떤 연장은 2019년 5월 23일까지거나 이보다 상당히 장기로 유럽의회 선거(참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그러나 메이 총리는 영국이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의 3개월 연장안은 영국 내부에서도 벌써부터 반대에 부딪혔다. 야당인 노동당은 메이 총리가 단기 연기를 택함으로써 의회가 이미 두 차례 거부한 합의안을 받아들이거나 합의 없이 EU를 떠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메이 총리가 속한 보수당 내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브렉시트가 성사되지 않을 것을 우려해 장기 연장에 반대하고 있다.
EU 지도자들은 내일(20일) 브뤼셀을 방문하는 메이 총리와 브렉시트 연기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앞서 RU가 영국에게 충분한 편의를 제공했으며 더 나아갈 수 없다고 밝혔다. 독일의 한 라디오방송과 인터뷰에서 융커 위원장은 “재협상이나 새로운 협상, 이미 제시된 것 말고 추가 확약 같은 것은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상당히 영국 쪽으로 움직였고 더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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