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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이슈] 셀트리온·삼성바이오, 미국에서 유독 힘 못 쓰는 까닭은

기사등록 : 2019-03-2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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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이상 점령한 유럽과 달리 미국 점유율 상승 더뎌
오리지널 레미케이드 92% 압도적인 1위 수성
셀트리온·삼성바이오 “미국 시장 특수성 때문”
FDA의 약가 정책 변화…복제약 처방 촉진 예상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시밀러가 유럽에서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예상보다 더딘 점유율 상승세를 보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의약품 시장의 구조적인 특수성으로 인해 오리지널 약을 뛰어넘기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향후 미국의 정책 변화에 따라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의 입지가 보다 넓어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존슨앤드존슨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 레미케이드의 미국 점유율은 92.3%를 기록, 여전히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앞서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셀트리온 램시마(미국 판매명 인플렉트라)는 2016년 12월 미국에 출시됐으며, 화이자와 MSD가 현지 판매를 맡고 있다. 이듬해 7월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플릭사비(미국명 렌플렉시스)를 출시했으며, 지난해 10월 미국 재향군인부(VA)와 5년간 독점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바이오시밀러 특성상 제네릭(복제약)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효능·효과를 내면서, 오리지널보다 20~30% 저렴한 가격에 유통된다. 하지만 미국 점유율은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합해도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램시마의 지난해 1분기부터 4분기까지 분기별 점유율은 3.7%→4.6%→5.4%→5.8%, 올해 1~2월은 6.1%를 나타냈다. 플릭사비의 분기별 점유율은 0.2%→0.6%→0.9%→1.2%→1.6%를 기록했다.

반면 유럽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 2013년 유럽에 출시된 램시마는 지난해 3분기 시장점유율 55%를 달성했다. 후발주자인 플릭사비는 아직 미미한 점유율을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380% 증가한 4320만달러(약 476억원)로 집계됐다.

이처럼 램시마와 플릭사비는 유럽에서 일찌감치 출시해 임상 데이터까지 확보했고, 가격도 저렴해 경쟁력이 충분한 상황이지만, 미국에서만 유독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 측은 "미국 시장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셀트리온헬스케어 관계자는 “시장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현재의 점유율 상승 추세가 느린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 인플렉트라의 점유율은 점진적으로 올라가는 중"이라며 "사보험사 등재, 환급시스템, 리베이트 시스템 등 미국은 복잡한 구조의 마켓이다. 저렴한 가격만 갖고는 점유율이 올라가는 단순한 구조의 시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미국은 리베이트가 가능한 곳이라서, 오리지널 약들이 점령하고 있다. 시장 자체가 빨리 침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면서 "유럽은 스크린쿼터제처럼 국가에서 바이오시밀러 처방 비중을 늘리기 위한 정책을 많이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전 국민 중 70%가 민영화된 의료보험을 이용하며, 제약시장에서 합법적인 리베이트가 존재한다. 전문의약품 유통 구조는 ‘보험사 등재-PBM 사업자-약사-병원 등재-의사-환자’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정확한 분배 구조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모든 고리에 있는 집단에 리베이트 비용이 들어간다.

특히 국내에는 존재하지 않은 보험약제관리기업 PBM(Pharmacy Benefit Manager)과 보험사가 리베이트를 각각 8.5%와 25%를 나눠 갖고, 환자는 40%의 본인부담금을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PBM은 리베이트 금액이 높을수록 더 높은 이득을 취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미국의 의약품 가격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례로 램시마 미국 파트너사인 화이자는 존슨앤드존슨의 로비에 막혀 인플렉트라의 PBM 등재에 어려움을 겪다 2017년 법원에 제소까지 했다. 화이자 측은 “존슨앤드존슨이 미국 주요 보험사에 상당 수준의 리베이트로 위협하며 램시마를 의도적으로 배제하도록 했다”며 “고가 정책을 통해 바이오시밀러로 인한 손해를 메웠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존슨앤드존슨은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가 미국에 출시되자, 오히려 ‘가격 인상’ 정책으로 맞대응해 이목을 끌었다. 바이오시밀러 공습에 대비하기 위해 유럽 시장에서 ‘휴미라’ 가격을 최대 80%까지 인하한 에브비와 상반된다.

다만 미국 보건부(HHS)가 지난달 PBM에 지급하는 리베이트를 금지하는 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이것이 오리지널 의약품 독점구도를 무너뜨리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0% 공공보험 환자에게 우선 적용하는 법안이지만, 국내 제약사가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란 관측이다.

또 트럼프 행정부의 메디케어 및 FDA의 약가 정책 변화 내용을 포함한 2020년 예산안에 따르면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의 경쟁을 확대함으로써 가격을 낮추려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의 시장진입을 방해하는 기업들에 대한 처벌 사항도 포함됐다.

이태영 KB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출시 억제 전략 및 점유율 방어 전략으로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의 판매 활동이 점차 용이해질 것"이라며 "초고가 의약품의 보험 혜택 위축으로 희귀의약품 개발사들의 약가 정책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미국에서 주목받고 있지 못한 소외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개발 촉진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ur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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