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자립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 재지정 평가 논란 속에 전북 전주의 상산고가 “일반고로 전환 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다. 이에 평가 대상 절반 이상이 몰려 있는 서울 자사고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린다. ‘무더기 취소’로 인해 교육 지형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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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자사고 42곳 중 올해 24곳이 재지정 평가를 받는다. 이런 가운데 교육 당국은 재지정 기준선을 상향하고 평가 지표를 바꿨다.
특히 전북은 통과 기준을 기존 60점에서 80점으로 대폭 상향했다. 탈락 가능성이 높아진 상산고는 일반고로 전환시 법적 대응하기로 결정했다.
상산고 학교법인인 상산학원은 “전북교육청이 합리성과 적법성이 결여된 평가기준 및 평가지표를 바로잡지 않고, 평가를 강행해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결과에 대해서는 법적 구제를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아울러 다른 시·도지역으로 학교를 이전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일체 고려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논의 끝에 ‘평가 거부’는 하지 않기로 했다. 교육기관으로서 행정 절차를 준수해야 하고 평가 거부에 따른 법적 분쟁 소지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이유 등에서다.
정운천 자유한국당 의원 등 전북지역 여야 국회의원들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전북 및 전북 연고 국회의원 20명은 “평가기준 커트라인을 타 시·도 교육청 수준으로 재조정해야 한다”며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자율형 사립고 폐지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임을 내세워 사실상 상산고의 자사고 재지정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산고가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서울 지역 자사고들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서울에서만 13개 학교가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재지정 평가를 앞두고 평가 항목 5개를 추가하고 통과 기준도 기존 60점에서 70점으로 올렸다.
이에 서울 자사고들은 서울시교육청이 재지정 평가 기준을 재검토하지 않는다면 일정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서울 자사고들은 “자사고 운영 취지에 반하는 기준인데다 법적 근거도 없다”며 “더구나 사전에 예고하지 않아 5년 전 평가를 기준으로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또 새로 바뀐 평가 기준으로 서울 소재 자사고들이 자체 평가한 결과 통과하는 학교가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자사고의 대거 지정 취소로 이어질 경우 교육 지형 변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용근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대학이 일반고 학생들에게 내부적인 가산점을 주는 등 자사고가 오히려 교육 격차를 줄여준 면이 있다”며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 일반고 몫이 달라지는 등 입시 판도가 완전히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교육 당국과 자사고의 힘겨루기에 학생들 피로감만 누적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소송까지 간다면 당장 올해 자사고에 입학한 학생들은 언제 소송이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처하게 된다”며 “자사고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도 마찬가지로 학업 계획 등 모든 면에서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매번 교육청과 자사고의 자존심 싸움처럼 반복되는데 피해는 학생들의 몫”이라며 “(지정 취소) 결정을 내리더라도 3년 이상 유예 기간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