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자본가들이 라이트 형제가 제조한 첫 비행기를 격추시켜 후손들의 돈낭비를 막았어야 했다.”
수 년 전 투자의 귀재로 통하는 워렌 버핏이 항공업계를 향한 뼈 있는 농담이었다. 항공 산업의 투자를 ‘죽음의 덫’이라고 일갈하며 그가 공공연하게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것은 투자자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 2017년 1분기 그가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100억달러 규모 항공주 투자 소식이 월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시점에 투자자들은 버크셔의 항공사 인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개별 종목의 지분을 10% 이내로 유지하는 버크셔가 항공주 지분을 불문율 이상으로 확대, 버핏이 수 차례 언급했던 ‘수백억 달러 빅딜’이 항공업계에서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번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 기준 버크셔가 축적한 현금 자산 규모는 1120억달러. 버핏이 실탄을 어디에 겨냥할 것인지 여부는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 뜨거운 감자다.
버핏의 다음 행보를 주시하는 시장의 눈길을 끈 것은 버크셔의 항공주 지분율이다. 22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버크셔의 델타항공 지분율이 10.4%로 집계됐다.
보유 주식 수는 7090만주로 버크셔는 델타항공의 최대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보유한 지분 가치는 36억달러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사우스웨스트 항공과 유나이티드 항공, 아메리칸에어라인 등 버크셔가 보유한 항공주 전체 지분 가치는 90억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4대 항공사의 시가총액이 140억달러~340억달러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시장이 합병 가능성을 점치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항공주의 주가 급락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사우스웨스트 주가가 지난해 고점 대비 23%에 이르는 하락을 기록했고, 델타 역시 지난해 고점에서 18% 후퇴했다.
일반적으로 특정 종목의 주가 하락에 따른 밸류에이션 저평가는 인수합병(M&A)에 우호적인 여건을 형성하는 요인이다.
이와 함께 9.11 테러 이후 항공업계가 4개 메이저 업체로 재편, 버핏이 비판했던 출혈 경쟁 문제가 해소된 상황도 버크셔의 통 큰 베팅 가능성을 높인다는 분석이다.
메릴린드 대학의 데이비드 카스 경영대학원 교수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버크셔가 메가톤급 투자를 재개할 계획이 있다면 항공업체가 유력한 후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버크셔의 최근 항공주 지분 매입이 지난 2010년 철도 회사 벌링턴 노던 산타페(BNSF) 인수 이전 상황과 흡사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약 10년 전 버크셔가 창립 이후 최대 기업 인수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BNSF를 차지하기 전에도 일정 기간 2개 메이저 업체의 지분을 꾸준히 늘렸다는 것.
아울러 시장 전문가들은 적대적 M&A를 꺼리는 버핏의 성향을 감안할 때 항공사의 피인수 의향이 실제 빅딜 여부에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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