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진엽 기자 = KT가 채용비리 의혹에 이어 '황창규 회장 로비사단 명단 공개'라는 악재를 연이어 맞으며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KT측은 일단 공식입장 등 별도의 대응은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대응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이라는 반응이 많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KT 경영고문 명단이다. KT가 제출한 원문으로 본문에는 인물 구분을 위해 일부 성명을 기호로 변경했다. 고문 이력 중, 명단에 없으나 기사 본문에 등장하는 이력은 이 의원실이 자체 조사를 통해 추가 확인한 사항이다.<출처=이철희 의원실> |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황창규 회장 취임 이후 위촉된 ‘KT 경영고문’ 명단을 확보해 공개했다. KT는 정치권 인사 6명, 퇴역 장성 1명, 전직 지방경찰청장 등 퇴직 경찰 2명, 고위 공무원 출신 3명, 업계 인사 2명을 ‘경영고문’으로 위촉하고 매월 ‘자문료’ 명목의 보수를 지급했다. 이들의 자문료 총액은 약 20억원에 이른다.
친박 실세로 꼽히는 홍문종 의원 측근 3명, 17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을 지낸 박성범 전 한나라당 의원 등 정치권 출신과 군, 공무원 출신 등이 포진됐다.
KT측은 일단 공식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관련 내용이 사실인지" "KT의 입장은 뭔지"냐는 질문에 KT 한 임원은 "내용은 의원실에서 나온 것이고, 회사에서는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현재 입장이 없다"며 "일단 별도의 대응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업계와 정치권에서는 KT가 대응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일단 국회의원이 공개한 자료라는 점에서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해당 내용이 그동안 끊임없이 소문으로 떠돌던 경영고문설이 이번 이 의원의 공개로 인해 확실시된 모양새인만큼 대응은 더 어렵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KT가 정치권과 연루된 연이은 악재로 인해 혼란스러운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번 사안 역시 내부적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을 수 있지만,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 관련 사안에 대해 확인중이다" 정도 이상의 입장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다.
KT는 이번 경영고문 건에 앞서 새노조가 전 정권시절 여당인 자유한국당의 중진 의원과 연결된 채용비리에 휘말렸다. 여기에 전 정권 핵심 인사들과 관련된 경영고문 의혹까지 불거진 것이다.
명단을 공개한 이 의원은 "황 회장이 회삿돈으로 정치권 줄대기와 로비에 나선 걸로 보이기 때문에 엄정한 수사를 통해 전모를 밝히고 응분의 법적 책임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2017년 말 시작된 경찰 수사가 1년 넘게 지지부진한 것도 황회장이 임명한 경영고문들의 로비 때문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경찰이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수사 의지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차제에 검찰이 나서서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련 업계에서는 지난해 말 아현지사 화재에 이어 채용비리, 그리고 로비사단 명단 공개까지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황창규 회장의 최대 위기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양한 악재가 중첩되면서 황 회장이 경영에 전념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며 "5G 상용화가 시작되려는 매우 중요한 시점에 황 회장의 리더십이 흔들리면서 KT가 5G의 주도권을 잡고 가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내다 봤다.
KT 관계자는 "관련부서 판단에 따라 경영상 조언을 받기 위해 정상적으로 고문 계약을 맺고 자문을 받았다"고 뒤늦게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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