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서울시무용단 '놋-N.O.T', 전통의 재창작…"현대사회의 자화상"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현대의 우리 모습을 옛날 사람들이 보면 어떤 느낌일까. 서울시무용단 '놋-N.O.T'이 이를 무용으로 표현한다.

서울시무용단 '놋' 연습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26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서울시무용단 연습실에서 서울시무용단 정기공연 '놋-N.O.T'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정혜진 단장은 "전통을 모티브로 현대화했다. 관객들이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창작무용극 '놋'은 지난 1월 부임한 정혜진 단장의 첫 안무작이다. '놋'은 '거기 아무도 없어요(N.O.T-No One There?)의 약자다. 세대, 성, 이념, 정치, 경제, 사회 등 이 시대의 다양한 갈등 속에 소통하지 못하는 우리 모습을 한국적 춤사위에 맞춰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한다.

정혜진 단장은 "선을 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 생각이 들었다. 남북정상회담 때 휴전선을 넘는 과정을 보면서 '선'에 대한 생각을 전하고 싶었다. 현재 우리 삶에서도 선이 많이 그어져 있다. 사회적으로 선이 그어진 갈등들, 그걸 넘기 위한 노력 등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놋'이라는 것이 제주도 방언으로 얼굴(面)을 뜻한다. 현재 우리들의 자화상을 담았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무용단 '놋' 정혜진 예술감독 [사진=세종문화회관]

작품은 치매에 걸린 80세 할머니가 10세 소녀가 돼 한국전쟁 당시 헤어진 아빠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70년의 세월을 건너뛴 세상은 혼란의 연속이다. 스마트폰으로 인한 대화 단절, 음악조차도 괴리감이 느껴지는 청년층과 기성세대, 미투운동 속 사회 갈등, 권력을 가진 자들의 갑질 등 갈등으로 가득하다.

연출을 맡은 오경택 연출은 "공교롭게도 김혜자 선배님이 나왔던 드라마 '눈이 부시게'와 기본 설정이 비슷하다. 불행이면서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너스레를 떨며 "실제로 60세 이상 노인들 중 10% 이상이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더라. 제 할머니도 5년째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두 정상이 판문점을 넘어가는 순간이 우리 역사상 굉장히 중요한 순간이라 생각했다. 거기서 출발했다. 물리적인 선 외에 우리 스스로가 만든 장벽을 어떻게 넘을 지 고민해봐야 한다"며 "현대사회에서 소통의 부재, 계층간, 세대간, 남녀간, 노사간 갈등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 옛날에 살았던 아이의 눈으로 보면 어떨지 생각해봤다"고 말했다.

오경택 연출은 주로 연극, 뮤지컬 연출을 맡아왔지만, 과거 정혜진 단장과 정동극장 '궁:장녹수전' 등 함께 작업을 한 바 있다. 그는 "장르가 다를 뿐 무대예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설명 없이 전달해야 하는 것이 도전이지만, 우리 전통무용이 너무 어렵지 않고 재밌게 볼 수 있도록, 이야기를 잘 담을 수 있도록 고민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무용단 '놋' 오경택 연출 [사진=세종문화회관]

작품은 전쟁을 거친 사람들의 전쟁 같은 삶 속에서 우리 사회가 안은 불통의 현상을 바라보며 넘을 수 없는 선을 극복하고 상생의 길을 찾고자 한다. 한국의 춤사위에 현대적 움직임을 결합시켜 한국적 컨템퍼러리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정 단장은 "한국무용이 현 시대를 설명하기에 다소 부족해 관객이 쉽게 볼 수 있는 춤사위를 창작해내 상황에 맞게 작품을 만들었다. 전통음악의 선율과 현대음악의 리듬이 합해져 현대적인 느낌이 나는 우리의 춤이 펼쳐질 것"이라며 "예를 들어 '꼭두각시'나 '오고무' 등 전통적인 소재를 모티브로 한 동작이 많다. '풍선'의 소품을 통해 우리의 꿈, 혹은 짐, 삶의 무게를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무대 위에는 직육면체 소품들이 많이 등장하며, 여기에 영상이 겹쳐져 입체적인 스크린처럼 활용되기도 한다. 색채 감각을 불어넣은 영상은 상징적, 공간적으로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며, 기존 한국무용의 실크 의상에 플라스틱, 종이 등 하드한 소재를 활용해 기하학적 모양이 연출된다.

마지막으로 정 단장은 앞으로의 서울시무용단 운용방향에 대해 "창작무용을 굉장히 활성화시킬 예정"이라며 "현대무용을 입히는 창작이 아닌 한국무용을 재창작할 예정이다. 단원들의 창작성을 활성화해 안무가들의 작품을 그대로 올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작업하게 만들겠다. 아직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연구·개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