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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금융시장 ‘아수라장’ 리라 방어 나섰다 패닉

기사등록 : 2019-03-28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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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터키 자금시장이 말 그대로 패닉이다.

장단기 국채 수익률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한편 역외 오버나이트(하룻밤) 스왑금리가 이틀 사이 10배 폭등, 금융시장이 전면 마비됐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손발이 묶였다.

터키 리라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지난해 신흥국 금융시장 혼란의 원흉이었던 리라화가 급락하자 오는 31일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통화 방어에 나서면서 벌어진 사태다.

27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역외시장에서 하루짜리 리라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비용인 오버나이트 스왑 금리가 700%까지 뛰었다.

이에 따라 스왑 금리는 이틀 사이 10배 상승하며 2001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역외시장에서 초단기 리라화 자금 거래가 사실상 막힌 셈이다.

국채 수익률도 걷잡을 수 없는 폭등을 연출했다.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이날 장중 20% 선을 뚫고 올랐고, 벤치마크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17% 위로 뛰었다.

이 밖에 2028년 10월 만기 달러화 표시 국채 수익률도 이번주 초 7%를 넘은 뒤 상승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터키 채권의 디폴트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한 신용부도스왑(CDS) 역시 큰 폭으로 동반 상승하는 움직임이다.

주식시장도 폭락했다. 벤치마크 BIST100 지수가 2016년 7월 이후 최대 폭으로 후퇴, 연초 이후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또 지난 19일 고점 대비 13% 하락했다.

터키 자금시장 전반에 걸쳐 교란이 일어난 것은 정부의 리라화 방어에서 비롯됐다. 지난 주 리라화가 가파르게 떨어지자 터키 정부는 비관적인 보고서를 낸 JP모간에 비판의 날을 세운 한편 외국인 투자자들의 숏베팅을 전면 차단하고 나섰다.

리라화 급락이 지속될 경우 31일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 공격적인 방어를 강행했다는 분석이다.

리라화는 이번주 6% 가량 반등, 정부의 대응이 통화 가치를 방어하는 데 결실을 거뒀지만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을 일으켰다.

극심한 불안감에 빠진 외국인 투자자들이 터키 금융시장에서 발을 빼려고 나섰지만 이들에 대한 금융권의 유동성 공급이 막히면서 리라화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채권을 포함해 보유하고 있던 자산을 팔아치우면서 패닉이 일어났다는 설명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터키 정부의 시장 개입이 궁극적인 해법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아문디의 에스터 로 신흥국 책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리라화 숏 베팅을 차단한 조치가 기술적으로 통화 가치에 버팀목을 제공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기대하기 어렵고, 금융시장에 극심한 혼란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인베스텍 은행의 줄리안 리머 트레이더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이번 터키 사태는 21년간 일하면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상황”이라며 “정부의 대응은 중장기적으로 터키 금융 자산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higrac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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