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갑작스럽게 모든 경영에서 손을 떼기로 하면서 박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주목받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당분간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위원회 체제를 운영하고, 명망 있는 외부 인사를 그룹 회장으로 영입하겠다고 28일 밝혔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일단 외부 회장이 그룹을 안정시키고 박세창 사장이 경영수업을 받을 시간을 벌여주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박 사장은 1975년생으로 올해 44세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 [사진=아시아나IDT] |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따르면, 박삼구 회장은 이날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오늘 저는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난다"며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감사보고서와 관련해 그룹이 어려움에 처하게 된 책임을 통감하고,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 글에서 박 회장은 "그룹은 당분간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위원회 체제를 운영해 경영상의 공백이 없도록 할 예정"이라며 직원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면서 "빠른 시일 내에 명망 있는 분을 그룹 회장으로 영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직원들에게 "회사가 비상경영 체제를 조속히 마무리할 수 있도록 새로운 회장과 경영진을 도와 각고의 노력과 협력을 다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일단 회장직을 비워둔 채 그룹 차원의 비상경영위원회를 꾸릴 예정이다. 아직 이원태 부회장을 제외하고는 조직 구성원이 결정되지 않았다. 위원회 구성이 완료되면 이를 중심으로 그룹을 이끌어 나가면서 그룹 회장에 적합한 외부 인사 영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재계에서는 외부 회장이 오더라도 결국 박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사장에게 그룹 경영권이 넘어가게 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그가 경영권을 승계받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1975년생으로 올해 44세인 박 사장은 지난해 9월 한창수 현 아시아나항공 사장의 뒤를 이어 아시아나IDT 사장에 취임했다. 당시는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아시아나IDT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던 '중요한' 시점이었다.
박 사장은 주변의 우려와 달리 취임 두달 만에 아시아나IDT를 무사히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시키며 대내외적으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사실상 금호아시아나그룹의 3세 경영이 본격화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 2002년 아시아나항공 자금팀에 입사하며 그룹에 발을 들인 박 사장은 전략경영본부와 금호타이어에서 경영관리와 영업, 기획·관리 등을 두루 거치며 차곡차곡 경력을 쌓았다. 이후 지난 2015년부터 아시아나세이버 대표이사와 금호아시아나 전략경영실 사장을 역임했다.
다만 금호아시아나 측은 박 회장 퇴진과 관련, 박 사장의 경영권 승계 여부 등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은 최근 아시아나항공 회계 관련 감사보고서 이슈에 대해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퇴진을 결정한 것"이라며 "승계 구도 등에 대해선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기에 그룹의 경영 상황이 안정된 후 승계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아버지가 그룹의 경영이 어려움에 빠진 데 대한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난 마당에 아들이 바로 승계하면 채권단 등이 인정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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