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반도체 업황의 회복속도가 느려지면서 회복시기 역시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반도체 업황의 더딘 회복이 향후 한국 경기에 큰 부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1일 서울 중구 한은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열고 "반도체 수출 실적 부진 우려가 예상보다 커졌다"면서 "지난 4/4분기 이후 반도체 단가 하락이 우리기업의 수출과 매출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반도체 업황이 하반기 회복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면서도 회복되는 시기가 하반기 뒤로 자꾸 늦춰지고 있다"면서 "회복되더라도 조금 늦게, 속도도 더디게 나와 우려를 갖고 지켜보는중"이라고 전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사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외 경기상황에 대해 진단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IMF에서 한국의 재정·통화 정책을 확실하게 완화적으로 가라고 권고한 것은 우리 경제 하방리스크를 좀 더 크게 봤기 때문"이라면서 "연초부터 한은은 완화기조를 유지해나가겠다고 밝혀왔다.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지금이 기준금리의 인하를 검토해야 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일각의 인하설을 일축했다.
최근 금융시장에서 금리인하를 선반영 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불편한 기색도 드러냈다. 채권시장에선 최근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등 채권금리 강세 현상을 두고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했다.
이 총재는 "국내 시장의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은 주요국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대가 확산되면서 발생한 것"이라면서 "글로벌 장기 금리가 하락한데다, 외국인 국채선물을 대규모 매도도 영향을 줬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내 금융시장이 다소 과민하게 반응 한 것"이라면서 "미국에서도 지난달 22일 장단기 금리가 역전됐지만, 지난 금요일엔 정상화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달 BIS(국제결제은행) 총재회의에서도 향후 글로벌 경기 상황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는데, 대체로 글로벌 경기가 다소 둔화되긴 하겠지만 침체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지난 22일 미국의 장·단기금리(국채 10년물–3개월물)가 2007년 8월 이후 처음으로 역전됐고 독일,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발생했다.
국내에선 3년물 국고채 금리가 지난주 27일부터 기준금리를 밑돌았다. 이는 2016년 8월 이후 처음이다.
한편 최근 시장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화폐단위 변경에 대해선 적극 해명했다.
이 총재는 "그건 잘 아시겠지만, 리디미노네이션(redenomination, 화폐단위 변경)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받아서 대답한 것뿐"이라면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있고 단점도 있고, 컨센서스없이 추진하면 이 조치에 대한 의구심만 키우는 등 불필요한 혼선이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어느정도 준비는 돼 있지만 그럴 의도로 말씀드린 것은 아니다"면서 "논의가 이뤄질 여건이 됐다는 차원에서 얘기한 것이다. 라잇 나우(당장 지금, right now)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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