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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메모·책 표지도 예술이 된다…서울미술관 '안봐도사는데 지장없는전시'

기사등록 : 2019-04-0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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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일~9월 15일까지 서울미술관 본관서 개최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책장에 꽂힌 책이나 영화관에 걸린 개봉영화 포스터, 그리고 모바일 게임이 미술관에 들어왔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콘텐츠,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도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안봐도사는데 지장없는전시’가 열린다. 

오는 9월 15일까지 서울미술관 본관 M1 1층에서 개최되는 ‘안봐도사는데 지장없는전시’는 회화, 사진, 조각, 영상, 설치, 모바일 게임, 폰트, 포스터, 도서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 100여 점을 소개한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책 표지(위), 미술관에 전시된 모습 2019.04.04 89hklee@newspim.com

전시는 아침, 낮, 저녁, 새벽 등 4개 파트로 구성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현대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현대미술을 만날 수 있다. 서울미술관 류임상 학예연구실장은 “무심코 흘려보낸 24시간 속에 우리가 어떤 예술과 마주하고 있는지,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재탄생되는지 발견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에서 조각, 프랑스에서 사진을 전공한 이정우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는 사진으로 관람객과 만난다. 그는 지인들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담아냈다. 오르세 미술관을 찍은 것으로 보이는 작품 ‘윤's 모닝’은 그의 지인인 작가의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그림 속  흰색 에코백은 미술관을 향해 놓여져 있는데, 이는 그의 지인인 윤지은 작가가 밤을 새워 작품을 하며 고뇌하는 상황을 표현했다.

이정우 작가 작품 [사진=서울미술관]

‘정's 모닝’은 고흐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밀밭에 놓인 자동차를 찍은 작품이다. 이 역시 이정우 작가의 지인인 정광화 작가가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상황을 비유한 것이다. 황선우는 평소 자동차를 소재로 작품을 해왔다.

작가 드롤의 ‘PORTATIONS’는 일상과 갤러리의 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재치있게 풀어낸다. 그는 프랑스의 옛 모습을 간직한 도시 리옹의 특색 있는 문을 촬영하고 이를 실제 크기로 출력했다. 이 사진들을 프랑스에서 가장 활력 있고 젊음이 넘치는 항구도시 르 아브르 곳곳에 설치했다. 거리를 지나던 행인이 어색하다고 느끼는 순간 문은 작품이, 이를 보는 사람들은 관람객이 된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이뤘고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예술적인 체험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노연이 작가 작품 2019.04.04 89hklee@newspim.com

현대인들의 쓸쓸함과 이들의 정서를 보여주는 작품도 있다. 노연이 작가는 혼밥과 혼술, 혼영 등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사람들의 문화와 감정을 그렸다. 그림 속 인물들은 저마다 일상으로 나아가고 있다. 작가가 그린 선은 제각각 떨어져 있어도 사람들은 모두 연결돼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또한 문제이 작가는 ‘Alone Buddy’로 ‘혼자’의 삶을 추구하면서도 혼자 있을 때 누군가를 그리워하거나 SNS를 하며 나름의 소통을 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비추고 있다.

전시장 한 중간에는 모바일 게임이 전시돼 있다. 마운틴스튜디오가 개발하고 안나푸르나 인터렉트브에서 발매한 ‘플로렌스’다. 류임상 학예연구실장은 게임을 전시장 중앙으로 배치한 이유에 대해 “게임은 서사가 있고 이미지가 있다. 소설과 영화를 능가하는 콘텐츠다. 사회가 자극적인 게임에 대한 문제성을 지적하기 때문에 게임에 대한 나쁜 영향이 부각되는 경향이 있지만, 좋은 게임은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문제이 작가 작품 'Alone Buddy' 2019.04.04 89hklee@newspim.com

전시장에 소개된 이 게임은 두 인물의 첫 만남부터 사랑의 설렘, 소소한 다툼, 이별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과정은 드래그와 터치 등 단순한 조작으로 구성돼 관람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이 외에 전시들은 책의 표지가 미술관에서 전시됐을 때 ‘예술화’가 일어나는 현상, 영화 포스터에 ‘영화 홍보 문구’를 제거한 후 미술관에 설치했을 때 관람객이 마주하게 되는 ‘예술적’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아울러 ‘배달의민족’이 참여한 작품에서는 365장의 메모를 통해 일상의 가치에 대해 설명한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게임 '프롤렌스'를 직접 해볼 수 있는 공간 2019.04.04 89hklee@newspim.com

전시장의 미술 작품 캡션도 눈여겨볼 만하다. 기존의 작가와 작품을 소개된 캡션이 아니라 에세이 형식의 친근한 설명문으로 구성했다. 류임상 학예연구실장은 “에세이 형식으로 캡션으로 제작해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그리고 그 옆에 붙은 메모장은 이 전시를 보고 간 관람객들의 이야기다. 전시 개막 전 300여 명의 관람객과 ‘프리 오프 시사회’를 가졌다. 이들의 생각을 인터넷 댓글처럼 붙여놨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작품 캡션 2019.04.04 89hklee@newspim.com

이어 “대부분의 관람객이 현대미술을 어려워하는데, 인터넷 댓글을 보면 전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그래서 이와 같은 스타일을 만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안봐도사는데 지장없는전시’의 큐레이터와 도슨트의 정규 전시해설은 매일 2회(정오, 오후 4시) 운영된다. 단체의 경우 사전 예약 시 원하는 시간에 관람객 눈높이에 맞는 전시해설을 들을 수 있다. 미술관이 월간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기 때문에, 관람객은 티켓을 구입한 달에는 횟수 제한 없이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89hk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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