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서울의 한 재개발구역에 10년째 전세를 살고 있는 A씨는 이주·철거 이후 대책이 막막하다. 지금 전세 보증금으로는 서울에서는 반지하 주택도 얻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어서다. A씨는 재개발 세입자에게 주어지는 임대주택에 희망을 걸었지만 이 마저도 좌절됐다. 현행 법령에서 구역지정공고 3개월 이전에 입주하지 않은 세입자에겐 임대주택이 공급되지 않아서다. A씨가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전입신고를 한 것은 2009년 5월, 이 곳의 지구지정 공고는 2009년 4월로 2009년 1월 이전 전입한 세입자만 임대주택을 받을 수 있다. 심지어 A씨는 주거정착비 개념인 주거이전비도 받을 수 없다. 공고 열람 시기인 2009년 4월 이전 전입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불과 몇달 차이 때문에 임대주택은 물론 주거 이전비도 받을 수 없게 된 A씨는 100만원 상당의 이사비만 기대할 수 있는 상황. "임대주택이 남아 돌아도 현행 규정으로는 당신한테 줄 아파트는 없다"는 구청 직원의 말이 천둥처럼 느껴지는 A씨다.
재개발구역에서 10년 넘게 살아도 자격 미비로 임대주택을 받지 못하는 장기 세입자들의 오랜 숙원이 해결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시가 단독주택 재건축과 주택 재개발사업에서 세입자 보상을 강화키로 해서다. 지금은 재개발 구역지정 공고 3개월 전 전입한 세입자에 대해서만 임대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이 규정을 재검토해 사업 단계별로 전입한 세입자에게 차등적인 보상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이같은 정비사업 세입자 보상대책을 골자로 하는 '정비사업 손실보상 제도개선방안' 마련에 착수 했다.
시는 사례조사 및 제도개선방안에 대한 용역을 발주하고 오는 2020년 7월 제도 개선방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재개발 세입자와 단독주택 재건축 세입자에 대해 전입시기에 따른 차등적인 보상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구역지정 공고 3개월 이전보다 늦게 전입한 세입자들에 대한 보상 방안이다.
현행 법령에서 재개발 및 단독주택 재건축 세입자에 대한 보상 규정을 담은 법령은 '토지보상법'이다. 시는 토지보상법을 개정해 세입자 보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법률 개정과 함께 보상방안이 마련되면 지구지정 공고 3개월 이전보다 늦게 전입한 세입자들도 임대주택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임대주택 공급 자격은 특정 사업단계보다 오래 거주하는 순이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재개발사업에서는 임대주택을 총 주택공급량의 15% 가량 지어야한다. 이렇게 되면 토지보상법에 규정된 기간보다 늦게 전입한 세입자도 임대주택 공급량에 맞춰 임대주택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지만 비슷한 시기에 전입해도 임대주택을 받지 못하는 세입자도 있을 수 있다.
한남뉴타운 [사진=서울시 사진기록화사업] |
주거 이전비 지급 대상도 확대된다. 다만 그 폭에 대해서는 아직 윤곽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상가 세입자의 영업손실 보상기간도 현행 4개월에서 좀더 늘어날 수 있을 전망이다. 아울러 보상 영업실적도 현행 국세청 신고 대상 외 장부상 기록 등도 인정하는 방안이 논의 된다.
개선방안이 확정되면 소급적용되는 재개발구역은 사업시행인가 신청 이전 단계가 유력하다. 세입자 및 상가 세입자에 대한 보상 기준은 모두 사업시행인가에서 확정된다. 이에 따라 아직 보상계획을 제출하지 않은 사업시행인가 신청 이전 구역들까지 소급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개선방안 시행 시기는 장기화될 수 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손실보상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토지보상법 개정이 선결돼야해서다. 내년 7월 용역을 마친 후 개선방안이 확정되더라도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한 후 국회 통과 과정을 거쳐야한다. 이에 따라 절차를 감안할 때 아무리 빨라도 2021년이나 제도 시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용역도 들어가기 전인 만큼 어떤 윤곽이 나올지는 알 수 없다"며 "그동안 세입자들의 많은 비판을 받아왔던 손실 보상 방안을 담고 있는 만큼 헛점 없는 제도를 만들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실보상 제도 개선에 따른 부작용도 있을 전망이다. 사업 조합의 경우 자칫 사업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기 떄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제도 개선방안의 윤곽이 나오진 않았지만 예상되는 시나리오를 기존 사례와 비교해 살펴 보면 20% 이상 사업비 증가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재정비사업은 또다른 장애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