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뉴스핌] 구윤모 기자 = 6일 오전부터 강릉역은 활기를 잃은 모습이었다. 예년같으면 여행객들로 붐볐을 역사에는 조용한 침묵만이 흘렀다. 열차의 도착을 알리는 방송에 승강장으로 눈길을 돌려 봤지만, 열차에서 내리는 여행객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역 상인들은 한산한 강릉 시내를 보며 속을 태웠다. 국밥집을 운영하는 반극문(56)씨는 “강릉시내만 봐도 대충 장사가 어떨지 감이 온다. 이번 주 장사가 매우 걱정스러운 수준”이라며 “평소 같았으면 토요일 점심시간에 테이블이 가득 찼어야 했는데 지금 4팀 밖에 오지 않았다”며 한숨을 쉬었다.
강원도 고성과 속초, 강릉 등을 할퀴고 간 산불이 진화됐지만 지역 주민들에게 '잔인한 4월'이 시작됐다. 봄철 주말을 맞아 ‘상춘객’들이 몰릴 대목이지만 산불 영향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고성=뉴스핌] 이형석 기자 = 5일 오전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인근의 건물이 불에 타 검게 그을려 있다. 2019.04.05 leehs@newspim.com |
화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강릉시 옥계면 횟집들도 손님이 없어 휑한 모습이었다. 한 횟집은 산불로 예약을 취소한 손님이 5팀이나 됐다. 매출로 따지만 60만원가량 손해를 본 셈이라고 했다. 평소 주말 매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횟집 사장 최재영(45)씨는 “산불 때문에 못 가게 됐다고 손님들이 대거 예약을 취소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이제 불길도 모두 잡혔으니 많은 분들이 다시 이곳을 찾아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렌터카 업체도 사정은 비슷했다. 강릉시내의 한 렌터카 업체 사장 윤모(45)씨는 “평소에는 주말을 맞아 외박을 나온 군인 고객들이 많은데, 이번 산불 진화작업에 나서면서 부득이하게 예약을 취소하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다음주에도 예약이 취소되는 사례가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산불 피해가 가장 컸던 고성도 봄철 주말의 활기를 잃은 모습이었다. 희미하게 남은 탄내와 곳곳에 보이는 그을음, 불에 탄 채 남겨진 나무, 주택, 차량 등이 이곳이 여행객들로 북적이는 관광지임을 잊게 만들었다.
고성군 토성면 해변 근처 숙박업소들도 초비상이 걸렸다. 이번 주말 대부분의 예약이 취소된 것은 물론 4월 말 예약조차 취소하는 전화가 끊이지 않아서다.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김모(55)씨는 “이곳에서 8년째 펜션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런 경우는 정말 처음이다. 너무하다 싶을 정도”라며 “손님들에게 안전 문제가 없다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소용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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