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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제안도 못하던 KCGI...상속세 이슈에 '전세역전'

기사등록 : 2019-04-0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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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 한진칼 지분 12.68%→13.47% 증가
"한진칼 주식 추가 매입은 현 경영진 더 위협하기 위해서"
한진그룹 오너 일가 상속 이슈로 KCGI 지분 가치 증대

[서울=뉴스핌] 김형락 기자 = 토종 행동주의펀드 KCGI(일명 강성부펀드)가 한진그룹 오너 일가와 향후 표대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한진칼 지분 처분을 고민해야 할 처지가 됐다. 반면 불과 10일전까지만 해도 한진칼에 주주제안조차 상정하지 못했했지만 국민연금과 손잡을 경우 20%가 넘는 지분을 가진 실력자로 바뀌었다. 

2018년 12월 기준 한진그룹 지배구조. 괄호 안은 특수관계자 지분. [자료=KB증권]

8일 금융투자업계 따르면 KCGI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장내매수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12.68%에서 13.47%로 늘렸다고 공시했다. 그레이홀딩스를 통해 한진칼 주식 46만9014주(0.79%)를 주당 2만4954원~2만5662원에 매입한다. 그레이홀딩스는 KCGI의 투자목적회사다.

KCGI는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KCGI가 내년 주총에서 주주제안과 표대결을 노리고, 투자금 회수(엑시트)보단 지분 확대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진단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CGI가 올해 주총 이후에도 한진칼 주식을 사는 건 현 경영진을 더 위협하기 위해서"라며 "올해 사들인 지분은 내년 주총에서 유효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1년 뒤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KCGI도 "KCGI 1호 펀드는 한진칼의 경영 개선을 목표로 하는 장기 펀드로 환매 제한이 10년, 최장 만기가 14년으로 설정된 펀드"라며 "한진칼 지분 확보는 단기 시세차익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향후 점진적인 발전을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KCGI는 작년 12월 28일 한진칼 주식 639만6822주(10.71%)를 보유중이라고 밝혔다. 주당 평균 취득단가는 3만1106원~3만1884원이다.

지난달 5일부터 11일에도 한진칼 주식 70만9241주(1.19%)를 주당 2만5738원~2만8654원에 장내매수했다. 뒤이어 지난달 12일부터 18일까지 한진칼 주식 46만7758주(0.78%)를 2만6745원~2만7199원 추가로 사들이며 지분을 12.68%(757만3821주)까지 늘렸다.

29일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주주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수진 기자]

KCGI는 지난달 29일 열린 한진칼 주총에서 주주제안 안건조차 상정하지 못했다. 주식보유 기간이 발목을 잡았다. 서울고등법원은 KCGI가 한진칼에 주주제안을 하기 위해선 상장사 특례 요건에 따라 6개월 이전부터 0.5% 이상의 주식을 보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 1월 말 주주제안을 제시했지만, 그레이스홀딩스의 등기설립일이 2018년 8월 28일로 지분 보유기간이 6개월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진그룹 상속 이슈가 불거지며 주가 상승뿐 아니라 향후 표대결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개연성이 높아졌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상속세 마련 과정에서 지분 축소 우려가 나오면서다.

한진칼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28.95%다. 고(故) 조양호 회장 17.84%,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2.31%,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2.34%,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 2.30%, 기타특수관계인 4.16%다. KCGI는 한진칼 지분 13.47%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국민연금은 한진칼 지분 7.34%를 보유중이다.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 지분 17.84%의 상속방법이 한진그룹 지배구조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조양호 회장의 지분 가치는 약 3454억원으로 여기에 상속세율 50%를 적용하면 조양호 회장 일가가 내야하는 상속세는 1727억원 수준"이라며 "상속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주식담보대출, 배당"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가진 한진칼과 한진의 지분가치 1217억원으로 주식담보대출은 보통 평가가치의 50% 수준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609억원 수준을 조달할 수 있다"며 "나머지 1100억원은 결국 배당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상속세 낼 자금이 부족해 조 회장 지분을 활용한다면 오너 일가의 지분이 줄어들 수 있다"며 "표대결로 가면 KCGI의 주주제안이 수용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속자금을 마련하는 한진그룹 오너 일가보다 공격수 측인 KCGI가 유리해졌다"며 "당장 상속세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오너 일가가 유휴자산을 팔아 특별배당을 하는 등 결국 주가 상승을 원하는 KCGI와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roc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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