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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시대]⑮ '세계 최초' 취해 '텅 빈 고속도로' 될라

기사등록 : 2019-04-09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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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연학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요금제·보조금 경쟁 의미없어...5G 특화 콘텐츠에 집중해야"
"정부 역할은 '규제' 아닌 '진흥'"

[편집자] 3G, LTE에 이어 5세대(5G) 통신 시대가 시작됩니다. 사물과 인간이 촘촘히 이어지는 명실상부한 '초연결시대'가 구현되는 것입니다. LTE 보다 20배 빠른 네트워크 속도는 일상의 변화는 물론 인공지능·가상현실·자율주행·스마트홈 등 4차산업혁명을 완성하는 기반입니다. 뉴스핌은 '세계 최초 5G 상용화'와 맞물려 5G란 무엇이며, 기업과 정부의 역할, 바뀌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등 총 50회에 걸친 '5G 빅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서울=뉴스핌] 성상우 기자 = "해외 기업들은 타이틀보단 철저히 사업성이나 실리를 따지는 편인데, 이번에 버라이즌(Verizon)이 세계 최초 5G 경쟁에 끼어든 것을 보고 솔직히 놀랐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는 지난 3일 밤 11시 예고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당초 5일로 예정돼 있었던 5G 개통 일정이 앞당겨졌다는 사실은 국내 언론에도 당일 밤 9시가 넘은 시점에 처음 알려졌다. 이통 3사는 각사의 1호 고객을 섭외, 별다른 기념식을 치를 겨를도 없이 다급하게 밤 11시에 맞춰 5G 스마트폰을 개통했다.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이 당초 11일 개통하겠다던 계획을 바꿔 4일로 앞당겨 '세계 최초' 타이틀을 가져가려했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은 그야말로 영화 속 '첩보전'을 방불케하는 전투를 벌였다. 

김연학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사진=서강대]

이런 '세계 최초 5G 상용화' 과정을 지켜본 김연학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의 관전평은 "놀랐다"였다. 실리를 중시하는 서구 기업들의 행동 패턴에 비춰볼 때, 미국 버라이즌의 경쟁은 의외라는 얘기다. 그만큼 '세계 최초' 경쟁은 5G가 글로벌 시장에서 얼마나 상징성이 있는지를 잘 드러내 준 대목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국내 기업들이 샴페인을 터뜨리기보단 곧바로 내실 쌓기에 돌입해야한다는 게 김 교수 지적이다. 이통사들이 눈 앞의 가입자 유치를 위한 요금제 및 보조금 경쟁에 몰두하면 5G의 본질을 놓치게 될 것이란 '냉정론'이다.

김 교수는 지난 8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최초 타이틀 경쟁은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한바탕 소동'에 불과한 것"이라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진검승부는 미국, 일본, 중국이 모두 상용 서비스를 시작하는 내년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특화 서비스'가 5G 본질...美·日·中 상용화 이후 본격 경쟁

김 교수는 "이번 상용화 타이틀은 국가 전체가 달라붙어서 진행된 이벤트였기에 연연할 수 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곧 경쟁은 내실 경쟁 구도로 갈 것이다. 증강현실(AR)·가상현실(VR)·자율주행·원격의료 등 특화 서비스를 제대로 내놓을 수 있느냐가 5G 경쟁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국내에 이어 두번째로 상용화를 했다고 하지만 시카고와 미니애폴리스 두 지역에서만 이뤄진 것이다. 미국 전역에 상용화가 되는 시기는 내년 이후다. 일본 역시 동경올림픽이 열리는 내년부터, 중국에서도 본격 5G 확산은 내년부터 진행될 것"이라며 "글로벌 5G 시장이 커지는 것도 이 시기부터다. 누가 5G 강자로 등극할 지는 내년 이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스마트폰이나 태플릿PC 기반의 서비스는 4G 롱텀에볼루션(LTE) 하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것들"이라면서 "5G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나 AR·VR 콘텐츠 및 기기, 헬스케어 솔루션 등 4G와 명확히 구분되는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한다. 보조금을 활용한 가입차 유치 경쟁 양상에 집중하는 것은 LTE나 3G 시대로 돌아가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 정부 역할은 '규제' 아닌 '진흥'

초기 5G 안착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규제'보단 '진흥'에 초점 맞춰져야 한다는 조언도 내놨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원래 정부가 (시장에) 개입을 많이 하는 나라다. 5G를 추진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거나, 기업들을 독려해 5G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하게 하는 것 등은 산업 활성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면서도 "다만, 저가 요금제를 초기 시장서부터 강요하도록 한 건 사업자의 투자 의지를 깎아내리는 규제다. 5G 초기 시장에서 정부는 '규제'가 아닌 '진흥'의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图片=网络】

김 교수는 5G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도 '규제 완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꼽았다. 그는 "5G는 4차산업혁명과 맞물려 우리 산업 전체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라면서 "금융 및 핀테크, 헬스케어, 원격의료 등이 5G와 시너지가 큰 산업군 중 하나인데, 이 영역은 현재 규제가 너무 많아서 5G 기반의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전격적인 규제 완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세계 최초 상용화를 이룬 국내 5G 시장이 '텅 빈 고속도로'처럼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장 먼저 인프라를 깔아놓고도 그 편익을 제대로 누리지 못할 수 있다는 것.

김 교수는 "고속도로(5G 네트워크 망)를 제일 먼저 깔아놓으면 뭐하나. (규제 탓에) 그 위를 쌩쌩 달리는 스포츠카(5G 기반 신산업 및 서비스)가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swse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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