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선진국 중산층이 소득은 그대로인데 중산층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은 치솟고 일자리는 점점 불안정해져 정치 불안정이 초래될 위험이 있다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경고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OECD는 11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 10년 간 중산층 근로자들의 삶의 질은 정체된 반면 고소득자들은 계속 소득과 부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주택과 교육비가 인플레이션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자동화로 인해 중산층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 도쿄 거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가브리엘라 라모스 OECD 포용성장 책임자는 “중산층의 삶이 힘들어지면 이들이 반체제 및 보호주의 정책으로 기울어 정치 불안정이 싹트는 환경이 조성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득 정체와 불안정한 일자리 전망으로 인해 중산층은 현행 사회경제적 시스템이 불공정하고 경제 발전에 기여한 만큼 돌려받지 못한다는 인식이 강해진다고 덧붙였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오늘날의 중산층은 험난한 바다에서 가라앉는 배와 같다”고 말했다.
OECD는 중위소득(국민 100명 중 소득순으로 50번째)의 75~200% 소득을 거두는 인구를 중산층으로 규정하고 있다.
OECD 회원국에서 중산층 비율은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세대가 지날수록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 OECD 회원국의 중산층 비율은 1980년대 중반 64%에서 2010년대 중반 61%로 줄었다.
특히 지난 30년 간 미국 중산층 비율은 5%포인트 가량 줄어들며 OECD 중 꼴찌를 기록했다. 현재 미국 인구의 51%만이 중산층에 해당한다.
OECD 전반으로는 중산층 소득이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반면 생활비는 계속 상승해, 전통적인 의미의 중산층 생활을 영위하는 데 대다수 중산층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를 들어 1980년대 중반에는 각 회원국 수도에서 60평방미터의 아파트 한 채를 사는 데 중산층 가구 6년의 소득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10년의 소득이 필요하다.
또한 오늘날 중산층 지위를 유지하려면 맞벌이가 필수이며, 배우자 중 한 명은 고숙련 근로자여야 한다. 10년 전만 해도 가계에서 한 명의 고숙련 근로자만 있어도 중산층 생활이 가능했던 것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게다가 중산층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지키기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자동화 시대에 가장 취약한 것은 저소득 근로자들이지만, 중산층 근로자 여섯 명 중 한 명 꼴로 일자리가 취약한 상태다. 고소득 근로자의 경우 10명 중 한 명인 것과 비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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