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차 북미정상회담에 나설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것을 두고 정치권이 일제히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를 함께 내놨다.
반면 정작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청와대와 통일부, 여당은 침묵으로 일관, 궁금증을 자아냈다.
한국 측에 남북미 관계에 있어 미국이 아닌 북한 편에 서 달라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쉽게 거들지 못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나 촉진자" 운운한 것도 우리 측으로 하여금 대뜸 북의 요청에 맞장구를 치기 힘들게 만든 대목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조선중앙통신] |
13일 공개된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 이후 각 정당은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체로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평화당과 정의당은 물론이고 바른미래당 역시 "한반도 현실 냉정하게 인식하고 대화의 불씨 살려나가야 한다"며 북미 만남 가능성에 주목했다.
다만, 한국당은 전희경 대변인 논평을 통해 "언제나 그랬듯 북한바라기의 끝은 이렇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언제까지 북한에 끌려 다닐 작정인가."라고 반발했다.
이어 "북한의 실체를 외면하고 냉엄한 안보현실을 망각한 안일한 접근이 이런 협박과 모욕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라며 "우리가 자초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도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자 대한국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북한 최고인민회의에 대해 당에서 논평을 낼 이유가 있는가"라며 "논평을 내놓은 다른 당이 이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인 이수혁 민주당 의원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했다. 이 의원은 "북미가 우리에게 서로 자기 편에 서달라고 하는데, 우리는 기본적으로 한미 동맹 관계에서 북핵도 접근하기 때문에 북한 편에 서달라는 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중재 등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를 두고 당도 고심이 깊을 것"이라며 "개인적 의견을 쉽게 얘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여당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는가운데 청와대와 통일부도 김 위원장의 발언과 관련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오전 공개한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12일)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3차 북미정상회담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북미)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남측을 향한 메시지도 내놨다. 그는 "평화와 통일의 의미있는 결실로 빛을 보게 하자면 (남측이) 자주정신을 흐리게 하는 사대적근성과 민족공동의 이익을 침해하는 외세의존정책에 종지부를 찍고 모든것을 북남관계개선에 복종시켜야 합니다. "라고 주장했다.
또 "남조선당국은 추세를 보아가며 좌고우면하고 분주다사한 행각을 재촉하며 오지랖넓은 '중재자','촉진자'행세를 할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여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