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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서화, 봄 새벽을 깨우다'…서화로 돌아보는 임정 100주년은

기사등록 :2019-04-15 15:02

국립중앙박물관서 6월 2일까지 전시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이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맞아 20세기 전환기 한국 근대 서화를 조명하는 특별전 '근대 서화, 봄 새벽을 깨우다'를 마련했다.

오는 16일부터 6월 2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근대 서화의 거장 심전 안중식(1861~1919)의 서거 100주기도 기념한다. 안중식의 대표작 '백악춘호' '영광풍경'을 비롯해 근대 서화가들의 그림과 글씨, 사진, 삽화 등 작품 100점을 선보인다. 간송미술문화재단, 삼성미술관 리움, 고려대학교 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고 고희동 화백의 손자인 고창범, 일본 도치기현의 사노시향토박물관에서 협조했다.

안중식의 '백악춘효도白岳春曉圖'-가을본(왼쪽), 백악춘효도白岳春曉圖-여름본 [사진=국립중앙박물관]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은 15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근대 서화, 봄 새벽을 깨우다' 간담회에서 "올해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한국 근대서화의 거장 안중식 선생 서거 100주기가 되는 해"라며 "이런 역사적 배경에 맞춰 우리 박물관은 '근대 서화, 봄 새벽을 깨우다 전시를 마련하고, 특별히 작품 수도 '100'에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제시대 저항 정신은 문학, 연극, 영화를 비롯해 서화에서도 표출됐다. 1915년 조선물산공진회를 경복궁에서 열기 위해 조선총독부는 수많은 전각을 허물었다. 그러나 심전 선생께서는 '백악춘효'에서 조선의 상징 백악산과 이미 사라져버린 경복궁의 원래 모습을 그려 국운이 쇠망하던 시절 나라를 지키려는 자존심을 담았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심전 안중식 100주기 특별전 '근대 서화, 봄 새벽을 깨우다' 언론공개회에서 배기동 관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는 16일부터 6월 2일까지 열리는 이번 특별전은 안중식을 비롯해 근대 서화가들의 그림과 글씨, 사진, 삽화 등 100건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2019.04.15 mironj19@newspim.com

이번 전시는 동양과 서양, 옛것과 새것, 전통과 모던이 공존하던 혼돈의 시대에 서화가들이 남긴 유산과 근대 서화가들이 꿈꿨던 새로운 길을 살펴본다. 전시는 △서화의 신세대 △계몽의 붓 △저항과 은둔의 서화 △서화가들의 결집과 확산 △경술국치 이후 1910년대 서화계의 다양한 흐름 △거장과 신예 △새로운 도전과 모색 등 6부로 구성된다.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작품은 1887년 초대 주미전권공사 박정양(1894~1904)의 미국 부임시 수행원 강진희가 미국에서 고종·순종의 탄신일을 기념해 그린 '승일반송도·삼심육성도'다. '승일반송도'는 음력 7월 25일 고종의 탄신일을 기념해 그렸다. 왕을 상징하는 떠오르는 해를 배경으로 장수를 상징하는 소나무, 영지, 구름을 빠른 붓으로 그려냈다. '삼산육성도'는 음력 2월 8일 순종 탄신일을 기념해 제작한 것이다.

강진희의 '승일반송도昇日蟠松圖' [사진=국립중앙박물관]

'근대 서화, 봄 새벽을 깨우다'는 안중식을 비롯한 1860년대 전후 태어난 세대들을 조명한다. 전시는 안중식과 조석진, 오세창, 지운영, 황철, 강진희를 비롯한 서화가들뿐만 아니라 김옥균, 박영효, 민영익 등 개화 지식인들이 근대 서화의 새로운 주역으로 등장하는 양상을 살펴본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승익 학예연구사는 "강진희의 작품이 가장 먼저 선보이는 이유 역시 동시대 서화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서다"라며 "강진희는 대한제국 관료로 활동하다 서화가로 활동했다. 강진희는 집안 대대로 서화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김옥균의 '행서行書'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일본 도치기현 사노시향토박물관에서 대여한 작품은 김옥균과 박영효가 일본에서 쓴 글이다. 김옥균이 일본인 스나가 하지메에게 쓴 글은 '도가 통하면 하늘과 땅이 같은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승익 학예연구사는 "일본인 후원자에 대한 신뢰가 드러난다. 스나가의 일기에는 김옥균이 눈병이 났을 때 약을 줬더니 이 글씨를 줬다는 일화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박영효의 글은 부채에 담겨 있다. 조선 전기 무신인 남이 장군의 북정가로 갑신정변 실패 후 암울한 나날 속에 재기를 모색하던 박영효의 심정이 묻어있다. '백두산의 돌은 칼을 갈아서 다 없애고. 두만강의 물은 말을 먹여 없애리라. 사나이 스무살에 나라를 평정치 못하면 후세에 누가 대장부라 칭하겠는가'로 풀이된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안중식과 조석진이 함께 그린 기명절지 병풍 '그릇과 꽃가지, 과일' 2019.04.15 89hklee@newspim.com

갑신정변 실패로 일본으로 망명한 김옥균과 박영효는 후원자 스나가 하지메를 만난다. 스나가 하지메는 당시 망명온 한국인을 후원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서화품을 보유하게 됐다. 그가 소장한 서화품을 바탕으로 사노시향토박물관이 세워졌다. 김승익 학예예연구사에 따르면 도쿄에서 2시간가량 떨어진 사노시향토박물관은 1000점이 넘는 한국 서화품을 소장하고 있다. 김 학예사는 "정치·사회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임에도 작품을 대여하는데 있어 문제는 없었다. 흔쾌히 빌려줬다"고 언급했다.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중국풍과 일본풍의 서화를 그려낸 안중식의 작품도 볼 수 있다. 그중 병풍인 '그릇과 꽃가지, 과일'은 조석진과 함께 그렸다. 두 사람은 고종의 즉위 40년을 기념하는 어진 제작에 나란히 참여했다. 이들은 고종이 총애했던 마지막 궁중화가였다.

두 사람은 종종 함께 작품을 그렸고 화단에서도 명성을 얻었다. 기명절지도(여러가지 꽃과 그릇 과일 등을 섞어 그린 그림)는 1902년 고종의 재위 40주년을 기념한 작품이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양양화관' 2019.04.15 89hklee@newspim.com

전시 말미에는 안중익의 세계관이 엿보이는 '양양화관' 글씨를 볼 수 있다. 동서양이 함께한다는 의미인 '양양화관'은 안중익 자신은 서양화를 수용하지 못했지만 서양화를 배웠던 제자를 존중하는 마음이 담겼다. 

김승익 학예사는 "동양화와 서양화를 아우른 이 이념은 고희동을 비롯한 후대 서화가뿐만 아니라 서양화가들에게도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김환기의 '돌' 2019.04.15 89hklee@newspim.com

이어 "김환기가 1949년 그린 '돌'(1949)은 전통괘석을 입체로, 현대적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1949년 김용준의 '서창청완도'(1949)도 마찬가지다. 김용준은 모더니스트 유화가였지만 전통 서화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문인화가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서화는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 예술가들에게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오는 6월 1일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와 공동으로 20세기 전환기의 한국 서화를 돌아보는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아울러 다채로운 교육프로그램과 문화행사도 준비돼 있다. 보다 더 자세한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또는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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