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즉시 매각 결정'을 골자로 한 수정 자구안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유동성 위기 해결을 위해선 '매각' 외에는 답이 없다는 채권단의 압박에 '백기 투항'한 것으로 풀이된다. 산은은 아시아나항공이 '새 주인'을 찾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사진=KDB산업은행 사옥] |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과 금호아시아나 임원진은 이날 오후 만나 수정 자구계획에 대한 실무적 논의를 진행한다. 이후 산은은 이르면 내일 채권단 협의회를 열고 수정 자구계획의 수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금호그룹은 이날 수정 자구안을 통해 구주매각과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로 아시아나항공의 즉시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호산업이 가진 아시아나항공의 구주(33.47%)를 제3자인 특정 대기업집단에 매각하는 동시에 구주를 사들인 대기업집단이 신주도 인수하는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것이다.
1차 자구안에 포함됐던 대주주 일가 등이 보유한 지분의 담보 제공도 그대로 담겼다.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과 아들인 박세창 사장이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은 물론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6868만8063주(33.5%)도 전량 담보로 제공한다.
아울러 수익성 개선을 위해 비수익성 자산을 축소하고 비수익 노선 정리하는 방안도 담겼다.
수정 자구안에 대해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내심 만족해하는 분위기다.
산은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 회의가 아직 진행되지 않은 만큼 공식 입장을 내놓긴 이르다"면서도 "금호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한 만큼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고 매각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이 새 주인을 조속히 찾을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채권단의 분위기도 산은과 크게 다르지 않다. A채권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주채권은행인 산은이 원하는 대로 자구안을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회의 전이라 단언할 수 없지만 사태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금호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즉각 매각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산은 등 채권단에 요청한 5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도 원만히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나항공은 당장 오는 25일 만기가 돌아오는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하는 등 유동성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산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매각을 위해선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사실"이라며 "당장 5000억원이 필요한건지 아니면 시기적으로 얼마씩 필요한건지 캐쉬플로우(현금흐름)를 살펴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시아나항공이 원만히 영업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유동성 문제를 고민하고 주채권으로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역할을 맡겠다"고 덧붙였다.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해 주간사 선정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 적법한 매각 절차를 조속히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유력 인수 후보로 SK그룹과 한화그룹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제주항공을 보유하고 있는 애경그룹이나 면세점 사업을 진행하는 호텔신라, 신세계그룹 등도 잠재적인 후보군으로 꼽힌다.
한편 금융당국의 수장인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이날 아시아나항공의 새로운 자구안에 대해 만족감을 표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금호그룹이 회사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rpl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