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진엽 기자 = 50년간 한국 항공산업을 이끌며 국내 대형항공사(FSC) 시장을 양분했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중대한 기로에 섰다. 양사 모두 자체적인 문제보다 총수일가 또는 그룹 리스크로 인해 타의에 의해 변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A350 항공기 [사진=아시아나항공] |
대한항공은 총수인 조양호 회장의 경영권 상실에 이어 조 회장의 별세로 인해 한진그룹의 지배력이 흔들리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인해 매물로 나오게 됐다.
국내 민영 항공사업은 1946년 설립된 국영 항공사 대한항공공사를 1969년 한진그룹이 인수하면서 시작된다. 다시 말해 민영 항공산업의 역사는 대한항공과 함께 시작됐고, 올해로 50주년이 됐다. 1988년 아시아나항공이 창립됐고, 국내 항공업계는 2005년 저비용항공사(LCC)가 등장할 때까지 두 회사가 양분했다. LCC 등장 이후에도 두 회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항공사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왔다.
이 같은 한국 항공산업의 두 축이 최근 크게 흔들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실패했다. 국민연금과 일부 기관투자자 및 소액주주들이 반기를 들면서 조 회장은 경영권을 내놓아야 했다. 이어 조 회장이 별세했다는 비보까지 접했다. 조원태 사장 등 자녀들이 상속을 받을 전망이지만, 상속세와 일가에 대한 수사 등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그룹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 아시아나를 매각하기로 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당초 그룹의 알짜배기 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은 끝까지 지키려 했지만 채권단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팔아야 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M&A가 진행되는 동안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선은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항공업에 의지가 있고, 자금력도 풍부한 곳이 인수하는 것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항공업의 특성상 대주주가 외국계이어서도 안되기 때문에 새 주인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이런 상황에 대해 항공산업의 시스템과 총수 일가 및 그룹의 명운에 휘둘리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우선 산업적으로 볼 때 항공사는 운수권이 가장 중요하다. 국내에서는 두 회사가 거의 과점 체제였다. LCC의 등장으로 단거리 노선은 경쟁체제가 됐다고 해도, 장거리 노선은 여전히 두 회사만 보유하고 있다. 이로 인해 두 항공사가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그만큼 내부적으로 곪게 했다는 지적이다. 우월적 지위를 통해 독단적인 기업경영과 문어발식 확장도 가능하게 했다는 시각이다. 한진 총수 일가의 갑질이나 비리 의혹, 금호그룹의 배보다 더 큰 배꼽 확장 등을 놓고 하는 말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독과점을 통한 안정적인 성장이 그룹의 자금줄 역할을 했고, 큰 어려움없이 그룹을 확장하면서 위기에 대한 대처능력 등도 갖추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번 위기를 토대로 '항공업=알아서 돈 벌어주는 사업'이라는 인식을 깨고 국내 항공산업의 재도약할 수 있는 구조적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jinebi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