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영수 노민호 기자 = 감염되면 치사율 100%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 African swine fever virus)이 북한에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부도 다각적인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국내 유입은 안됐지만 북한이 위험국가로 분류되면서 ASF 유입·확산을 막기 위한 남북간 협력을 사전 준비하는 차원에서다.
통일부 당국자는 18일 기자들과 만나 “정부 차원에서 필요시 ASF 남북 협력의 필요성을 북측에 전달할 계획”이라며 “남북 간 협력시 필요한 사안에 대해 수시로 협의하고 있고,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북측과 적극 협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17일 북한에 대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 우려가 높은 위험국가로 식량 불안 문제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FAO는 최근 공개한 세계 식량안보 보고서를 통해 “북한은 ASF 발병 위험이 높은 나라로 식량 안보 위기가 우려되는 바, 발병 경각심을 높이고 대비 태세를 지원하기 위한 긴급한 임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국 허난성(河南省) 저우커우(周口)의 양돈 농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현재 ASF는 중국과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등 아시아 4개국에서 총 335건 발생됐으며, 국내 유입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ASF 확산에 중국 당국의 미온적 대처가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중국 본토와 가까운 대만 전먼(金門)현 해변에 떠내려온 돼지 사체에서 ASF가 발견된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엔이 중국과 인접한 북한에 대해 ASF 발병 위험국가로 지목,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고 있다.
이와 관련해 빈센트 마틴 유엔 식량농업기구 중국·북한 대표는 지난해 12월 평양을 방문, 중국의 ASF 상황을 전달하는 한편 북한의 ASF 진단능력 강화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한에서 ASF가 발병했는지는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사후약방문격 대응이 아닌 ASF 확산을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농협이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예방하기 위해 축산농가에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농협중앙회] |
한편 남북은 지난해 9.19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방역 및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열린 남북보건의료 분과회담에서도 "남과 북은 결핵과 말라리아를 비롯한 전염병들의 진단과 예방 치료를 위해 서로 협력하며, 이를 위해 제기되는 실무적 문제들은 문서교환 등을 통해 협의한다"고 합의했다.
주변국에서 ASF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농협이 선제적인 방역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농협은 이달 중순부터 ASF에 대한 선제적 방역활동의 일환으로 △도축장 긴급행동요령 제정 및 배포 △양돈농협 대상 특별 방역교육 △잔반급여 농가 대상 특별소독 지원 △도축장 ASF 예방 홍보·지도(잔반급여시 열처리 등 플랭카드 게시) 등을 실시하고 있다.
농협은 지속적인 방역활동을 통해 ASF의 국내유입을 철저하게 차단할 계획이다.
김태환 농협 축산경제 대표이사는 "ASF 유입방지를 위해서 잔반급여 농가의 열처리와 도축장의 방역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면서 "범농협 차원에서 예산 및 인적자원을 지원하는 등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농촌지역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용어설명> 아프리카돼지열병(ASF. African swine fever virus)
ASF는 돼지에서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출혈성 열성 전염병이다. 감염된 돼지는 처음 며칠 동안은 뚜렷한 증상을 보이지 않다가 서서히 식욕을 잃고 우울해 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원산으로 희고 몸집이 큰 요크셔 돼지는 사지가 보라색으로 변하고 귀와 배에 출혈이 발생한다. 그러다 감열 수일 안에 혼수상태에 빠져 결국 숨을 거둔다고 한다. 치료제나 백신도 개발되지 않아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ASF는 감염된 돼지의 혈액, 조직, 분비물, 배설물 등을 통해 직접 전파되거나, 연진드기 또는 음수통과 사료통 등 간접 수단을 통해서도 전파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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