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LG화학이 '1급 발암물질'인 염화비닐 배출 주범인 폴리염화비닐(PVC) 페이스트(Paste) 생산라인을 영구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여수공장의 전체 PVC 생산능력 중 11% 가량이다. 현재 공정 중단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단계로, 이 과정이 마무리되는 대로 라인 가동을 멈출 계획이다.
LG화학 여수공장 용성단지. [사진=LG화학] |
19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최근 환경부에 염화비닐 배출량 조작 사실이 적발된 것과 관련, 신학철 대표이사(부회장) 명의로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문제가 발생한 생산시설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영구폐쇄를 결정한 설비는 PVC 페이스트 라인으로, 연간 생산량이 약 8만톤 규모다.
PVC는 통상 스트레이트와 페이스트로 나뉜다. LG화학 여수공장에는 두 종류의 PVC 생산라인이 모두 있으며, 연간 생산량 73만톤 중 스트레이트가 65만톤(89%), 페이스트가 8만톤(11%)을 차지한다. 스트레이트는 파이프나 호스, 전선 피복 등에 많이 쓰이고, 페이스트는 벽지나 완구류 라벨 등에 주로 쓰인다.
LG화학은 여수공장 내 PVC 생산설비 중 스트레이트 라인은 그대로 돌리되 페이스트 라인만 폐쇄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페이스트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염화비닐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사업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약 1000억원 규모다.
회사 관계자는 "일단 PVC 공정을 보유하고 있으면 미반응하는 원료들로 인해 염화비닐 배출 등이 불가피하다"면서 "페이스트 공정에서 스트레이트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페이스트 라인 폐쇄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라인을 폐쇄한다고 염화비닐 배출량이 제로(0)가 되는 건 아니지만 규제 기준 이하로 컨트롤이 가능하다"며 "문제가 된 설비에 단호한 조치를 취한다는 기조에 따라 일시적 가동중단이 아닌 영구폐쇄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페이스트와 스트레이트 공정에서 발생하는 염화비닐 배출량의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아직 해당 설비의 가동이 중단된 것은 아니다. 석유화학 설비 특성상 폐쇄를 결정했다고 해서 갑자기 확 꺼버릴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설비 폐쇄와 공정 중단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단계로, 해당 절차가 마무리 되는 대로 즉시 가동을 멈출 계획이다.
LG화학은 이번 폐쇄 결정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가공업체들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하고 있다. PVC 페이스트를 공급받아 건축자재를 만들던 업체들로선 생산 중단이 '마른하늘의 날벼락'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아직 구체적인 방향이나 정확한 내용이 결정되진 않았으나 빠른 시일 내 결론을 내려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일단 사과문을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방향성을 명확히 알린 것"이라면서 "그 방향성에 맞춰 어떻게 할지는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고민해서 합당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환경부는 영산강유역환경청과 함께 광주·전남지역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 13곳을 조사한 결과 LG화학이 측정업체와 공모해 염화비닐 배출량을 허용기준보다 낮은 결과값으로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난 17일 발표했다.
LG화학은 지난 2016년 7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총 149건을 조작했으며, 특히 2017년 상반기엔 20건을 조작해 기본배출부과금을 면제받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신학철 부회장은 사과문을 내고 "이번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참담한 심정으로 막중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인 뒤 "통렬히 반성하고 모든 책임있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생산시설 폐쇄와 위해성 및 건강영향평가를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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