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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교착상태에 英 국민들 정신건강 이상 호소" - FT

기사등록 : 2019-04-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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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무력감·감정기복 시달려...항우울제 처방건수도 급증
정신건강 적신호 불구 英 탈퇴파 결정에는 변화 없는 것으로 보여

[편집자] 이 기사는 4월 19일 오후 4시54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영국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둘러싼 혼란이 영국인의 정신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현지시간) 비중 있게 보도했다. 

FT는 브렉시트 교착상태로 영국이 국제적 웃음거리로 전락한 것에 대해 침통함을 느끼는 국민들이 속출하고 있으며, 기업들의 연이은 탈출 행렬 소식은 영국 내 암울한 분위기를 더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또 브렉시트로 인한 정국 혼란은 EU 잔류파와 탈퇴파 모두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사진= 로이터 뉴스핌]

◆ 영국인, 무력감·감정기복 시달려...항우울제 처방건수도 급증

영국 미들섹스대학 교수이자 실존주의 심리치료사인 에미 반 두르젠은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가 발표된 직후 영국에 거주하는 EU 회원국 국민들이 불안감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영국의 EU 탈퇴가 결정되면서 런던에 거주하고 있는 유럽인들은 자신들이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기 시작했으며, 더 이상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영국을 집(home)으로 부를 수 있을지 걱정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교수는 자신의 환자 중 일부는 식욕감퇴와 불면증까지 시달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제 브렉시트로 인한 정신적 여파가 영국인들 사이에서도 널리 나타나고 있다. 두르젠 교수는 브렉시트로 "영국인의 기질이 뒤바뀌었다"고 설명하며, 자신의 환자 중 몇몇은 브렉시트로 결혼 생활과 교우 관계까지 무너지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각종 통계 자료를 보면 영국인들은 극단적인 감정 기복과 무기력함을 느끼고 있으며, 일부는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것도 버거워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영국 국민건강보험공단(NHS)에 따르면 브렉시트 이후 항우울제 처방건수는 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항우울제 처방건수는 6700만건이었으나 2018년에는 7090만건으로 급증했다. 영국 정신건강재단은 지난달 1800여명의 영국인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수 백만명이 브렉시트와 관련해 "무기력함과 분노,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두르젠 교수는 "국민들은 낙담하고, 격분하며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브렉시트로 국민들이 "영국의 체면이 구겨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 매우 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U 정상들은 브렉시트 시한을 한차례 연기한 데 이어 지난 11일 특별 정상회의를 통해 10월 31일까지 약 6개월 연기하는 데 합의했다. 단, EU는 영국이 오는 5월 22일까지 EU 탈퇴 협정을 비준하지 못해 유럽의회 선거기간에도 EU 회원국으로 남아있는다면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만약 이전에 하원에서 EU 탈퇴 협정이 승인되면 영국은 5월 22일 탈퇴할 수 있다.

현재 영국 의회는 부활절 휴회(11일~23일)에 들어간 상태다. FT는 하원의원들이 부활절 기간 동안 잠시 쉬는 시간을 갖으면서, 브렉시트 문제에 대해 고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영국 북동부 레드카 지역에서 노동조합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존 테일러는 "우리 중 큰일이 발생했을 때 일주일 간의 휴가를 얻었던 적이 언제인가?"며 "회사의 상사들은 물론 교사들, 부모들 모두 혼란한 상황 속에서도 쉬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의회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영국 시민은 "(브렉시트가) 지루한 강의처럼 질질 끌리고 있다"면서 "처음에는 흥미로울지 모르지만 결국 잠에 빠지게 된다"고 비유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이 경제를 죽인다는 내용을 담은 시위. [사진=로이터 뉴스핌]

◆ "정신건강 적신호 불구 英 탈퇴파 결정에는 변화 없는 것으로 보여"

FT는 브렉시트 이후에도 영국의 실업률은 197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정작 전국의 푸드뱅크에는 무료 급식을 배급받기 위한 사람이 넘쳐난다고 전했다. 노숙자 수도 급증했으며, 자선단체 셸터(Shelter)에 따르면 지난해 32만명의 노숙자가 거리와 쉼터를 전전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혼다를 비롯해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영국 내 생산을 종료하거나 축소한다는 소식이 잇따라 나오면서 영국 내 암울한 분위기는 점점 더 고조되고 있다. 탈퇴표를 던졌던 데이터 엔지니어 스탠 베스트포드는 브렉시트 이후 제조업체들의 탈(脫) 영국 행렬을 언급하며 "이제 이곳에는 닛산이라는 큰 고용주 하나만 남았다"며 "이 나라는 끝났다"고 비관했다. 하지만 그가 언급한 닛산마저 지난 2월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제조를 위한 영국 공장 신축 계획을 철회한 상태다.

영국 데일리텔레그래프의 전 칼럼니스트인 피터 오본은 지난주까지 브렉시트를 지지하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주 영국 독립미디어플랫폼 '오픈데모크라시'에 브렉시트 지지자들이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는 내용의 칼럼을 올렸다. 그는 "아무 심리학자라도 붙잡고 사람이 결정을 내리기 안 좋은 때가 언제인지 물어봐라. 정신적 소진과 붕괴를 느낄 때가 결정을 내리기에 가장 안 좋은 시기라는 데 모두 동의할 것이다"라며 "솔직히 말해서, 하원의원들과 내각 장관들 대부분의 정신상태가 이러하다"고 주장했다.  

국민투표 때 탈퇴 찬성표를 던졌던 시민 가운데 일부는 자신들이 브렉시트 찬성론자들에게 호도됐다고 주장하며, 이제 긴 싸움을 끝내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고 말한다. 브렉시트로 각종 심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은 늘어나고, 정국 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브렉시트 지지자의 생각에 변화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다. FT에 따르면 영국 국민의 85%가 기존 결정을 바꾸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서둘러 브렉시트를 이행하기 바라는 국민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브렉시트를 반대했던 유권자 가운데 입장을 번복하는 사람도 속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육심리학자는 "나는 (EU) 잔류에 표를 던졌다. 하지만 2차 국민투표가 시행된다면 탈퇴 찬성표를 던질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EU가 영국을 대하는 방식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스트라스클라이드 대학의 존 커티스 정치학 교수는 국민투표 이후에 나온 여론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가장 주목할만한 점은 여러 면에 있어 (사람들의 생각에) 변화가 없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단 한 가지, 현재 상황이 엉망진창이라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덧붙였다.

 

saewkim9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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