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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여당, 보궐선거 패배…'선거의 제왕' 아베 흔들리나

기사등록 : 2019-04-2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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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오사카·오키나와 보궐선거 두 곳 다 패배
아베 총리, 2012년 총재선거 이후 연승행진 깨져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 자민당이 21일 오사카(大阪)와 오키나와(沖縄)에서 진행된 보궐선거에서 모두 패배했다. 여름 참의원(상원) 선거의 시금석이기도 한 이번 보선에서 당선자를 내지 못하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도 뼈아픈 패배가 됐다.

일본 언론은 '아베 1강' 구도에 균열이 발생했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베 총리가 장기 정권을 이어올 수 있는 밑바탕에는 선거에 강한 모습을 보여왔단 점이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12년 2차 정권 출범 이후 선거 '연승 행진'을 이어오고 있었다. 

야권은 자민당이 흔들리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후보 단일화를 통해 참의원 선거서 승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자민당은 태세 정비를 서두른다. 새 덴노(天皇·일왕) 즉위, 주요 20개국·지역(G20) 정상회의 등 대형 이벤트가 예정된 만큼 분위기 반전을 노리겠단 계산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NHK에 따르면 21일 오사카12구 보선에서는 오사카유신회(大阪維新の会)의 후지타 후미타케(藤田文武)가 6만341표를 받아 자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오키나와3구에서 같은 날 열린 보선에서도 무소속 야라 도모히로(屋良朝博)가 7만7156표로 자민당 후보와의 일대일 대결에서 승리했다. 

두 곳의 보선에서 모두 패배한 결과에 대해 아베 총리는 22일 "당초 대단히 힘겨운 싸움이라는 열세를 느꼈다"며 "당이 하나가 돼 싸우면서 꽤 반응을 얻었다고 느꼈는데 대단히 아쉬운 결과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여름 참의원 선거를 언급하며 "자민당의 한 명 한명이 이번 선거 결과를 가슴에 새기고 다시 한번 확실하게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며 "지역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이를 정책에 살려낸다는 원점에 서서 참의원 선거의 필승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도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서둘러 패인을 분석해 앞으로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은 일제히 아베 총리의 연승이 깨졌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차아베정권 발족 이후 자민당이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건 후보를 내지 않았던 2016년 선거를 제외하면 처음"이라고 했으며 지지통신은 "이번 전패의 결과로 지금까지의 '아베 1강' 상황에 흔들림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야권도 자민당을 겨냥했다. 나가쓰마 아키라(長妻昭) 입헌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은 선거 결과가 나온 21일 밤 "자민당이 속도를 잃고 있는 게 느껴진다"며 "야당의 공투(共闘·공동투쟁)을 강력하게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 야권은 참의원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오키나와3구 보선에서 야권의 단일화후보가 자민당 후보를 누른만큼 향후 단일화 움직임에 탄력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20일 자민당 총재선거를 앞두고 10일 열린 소견발표회 및 공동기자회견에서 악수를 하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오른쪽)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민당 전 간사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여당 불리한 지역이긴 했지만…'나쁜흐름' 이어질수도

이번 보궐선거 지역이 자민당에 불리한 곳이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는 없다. 특히 오키나와는 미군 후텐마(普天間)기지의 헤노코(辺野古) 이전 문제가 걸려있어 아베 정부와의 갈등의 골이 깊다. 이번 보선에서도 헤노코 문제가 쟁점이 돼, 이전에 반대하는 '올오키나와'의 지원 후보가 승리했다. 

오사카의 경우도 지역 정당인 오사카유신회의 영향력이 강하다. '오사카도 구상'을 추진하는 유신회는 지난 7일 오사카부 지사·시장을 결정한 더블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아사히신문은 "이번 패배는 '지역 정세'만으로는 정리되지 않는다"며 "여당에 있어서 '나쁜 흐름'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달 초 진행된 통일지방선거 광역지자체장 선거에서는 시마네(島根)현 등 4곳의 현에서 자민당 후보가 패배했다. 후쿠오카(福岡)현에서는 정권 실세인 아소 다로(麻生太郎) 부총리가 추천한 후보가 패배하면서 적잖은 타격을 줬다. 

쓰카다 이치로(塚田一郎) 전 국토교통성 부상과 요시타카 사쿠라다(桜田義孝) 전 올림픽담당상 등 각료들이 실언으로 잇따라 사임한 것도 '나쁜 흐름'에 일조했다. 

자민당엔 1차 아베 정권 시절이던 2007년, 각료들의 '사임 도미노'로 인해 참의원 선거에서 대패했던 경험이 있다. 현재 자민당 내에서는 2007년의 패배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12년 이후 이어온 연승 행진을 끝내버렸단 점도 우려를 키우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아베 총리는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승리했지만, 당원·당우가 투표하는 '지방표'에서는 고전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이 45%를 획득한 것이다. 당시 자민당 내에선 "지방에서 아베 정권 이탈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자민당 측은 참의원 선거 전에 예정된 대형 이벤트를 통해 분위기를 뒤집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5월 1일엔 나루히토(徳仁) 왕세자의 즉위로 레이와(令和)시대가 개막한다. 6월엔 오사카 G20정상회의가 예정돼있다. 아베 총리는 G20에서 성과를 거둬 참의원 선거로 이어나갈 생각이다.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아베 총리의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간사장대행은 10월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 연기를 시사했다.

아베 총리가 소비세율 인상의 시비를 묻는다는 명분으로 중의원을 해산, 중·참 동시선거를 통해 국면을 타개하려 할 수 있단 논리다. 중·참 동시선거는 야권의 후보 단일화를 방해해 자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한 자민당 간부는 "의석이 줄어들게 뻔한 선거를 할 필요가 없다"고 신중론을 나타냈다. 아사히신문도 중의원 해산이 "아베 총리에게 양날의 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kebj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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