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이란의 원유 수출 제재 예외를 연장하지 않기로 한 미국의 결정에 국제 유가의 상승 모멘텀이 지속되는 한편 이에 따른 후폭풍이 지구촌 자산시장을 쥐락펴락했다.
아시아 신흥국을 중심으로 원유 수입국의 통화가 하락 압박을 받은 반면 러시아 루블화를 포함한 산유국 통화가 강세 흐름을 연출했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들 [사진=블룸버그] |
미국과 유럽 주요국 증시에서 에너지 섹터가 날개를 달았고,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면서 물가연동채권(TIPS)을 포함한 관련 자산에 대한 베팅이 후끈 달아올랐다.
23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장 초반 배럴당 66.19달러까지 치솟으며 지난해 10월 말 이후 최고치를 나타낸 뒤 상승폭을 일정 부분 축소했다.
국제 벤치마크 브렌트유 역시 장중 배럴당 74.70달러까지 상승해 지난해 11월1일 이후 최고치 기록을 세웠다.
전날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제재 관련 강경책에 따른 파장이 이틀째 이어진 셈이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사우디 아라비아는 공급 측면의 충격 여부를 주시하며 적극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월가 트레이더들은 회의적인 표정이다.
UBS는 보고서를 내고 지난해 OPEC이 증산에 나선 직후 유가가 가파르게 하락, 재차 감산에 돌입한 바 있어 이번에도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 산유국들이 소극적인 행보를 취할 여지가 높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국과 일본, 인도,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 대만, 중국에 대한 이란 원유 수출 제재의 예외를 연장할 것으로 점쳤던 월가의 예측이 빗나간 데 따른 후폭풍은 원유 시장에서 이머징마켓과 미국 채권시장으로 확산됐다.
한국 원화가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해 장중 0.3% 내렸고, 인도 루피화와 태국 바트화, 중국 위안화 등 아시아 신흥국 통화가 일제히 0.2% 내외로 하락했다.
CNBC를 포함한 주요 외신은 특히 인도가 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과 루피화, 더 나아가 통화 정책까지 일격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채권시장에서 중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반영하는 5년 만기 TIPS와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가 1.89%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물가 상승을 예상하는 트레이더들이 TIPS에 공격 베팅하고 나섰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원유 선물옵션 시장에서는 유가 상승 베팅이 봇물을 이룬 데 따라 콜옵션 프리미엄이 가파르게 치솟은 한편 근원물 가격이 원월물을 앞지르는 백워데이션이 연출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긴축(QT) 중단에 동반 상승 흐름을 탔던 신흥국 자산이 유가 강세에 차별화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지난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유가가 급반전을 이룬 시기에 21% 치솟았던 러시아 루블화가 이번에도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다.
이 밖에 월가는 콜롬비아 페소화와 터키 리라화 역시 상품 가격 상승의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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