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정한 기자 = "왜 과거 이야기를 해야 하나. 미래를 위해서 과거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김동건 넥슨 데브캣 스튜디오 총괄 프로듀서)
김동건 넥슨 본부장은 24일 경기 성남시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넥슨개발자컨퍼런스(NDC) 기조강연에서 '할머니가 들려주신 마비노기 개발 전설'을 주제로 기조 강연을 했다.
'마비노기'는 올해 서비스 15주년을 맞은 넥슨의 온라인 게임으로, '크레이지아케이드BnB' '카트라이드' 등 게임과 함께 대표 게임으로 분류된다. 특히 김 본부장은 '마비노기 영웅전' '마비노기 모바일'까지 개발 경력을 이어오면서 '마비노기의 아버지'로 통한다.
김 본부장은 이날 기조강연에서 변화가 빠른 온라인·모바일 게임 산업에 '기록'이 필요하다는 화두를 던졌다. 과거의 게임들이 각각의 '점(Spot)'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미래로 나아가는 '선(Line)'이 될 수 있도록 기억과 경험을 공유하자고도 했다.
김동건 넥슨 데브캣 스튜디오 총괄 프로듀서가 24일 경기 성남시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넥슨개발자컨퍼런스(NDC)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 2019.04.24. 조정한 기자. giveit90@newspim.com |
김 본부장은 기조강연을 시작하며 "최근 옛날 게임을 수집 중인데, 외국에선 30년된 게임이라도 개발자가 소스를 공개한 것들이 있어 구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한국 게임들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온라인 게임은 서비스가 중지되면 할 수 없다. 모바일 게임도 생명력이 짧고 앱스토어에서 사라지면 해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 서비스를 하고 있고 자료뿐 아니라 근무하는 사람들이 넥슨에 남아있을 때 기록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마비노기에 대한) 자랑이나 반성 의미라기보다는 다음 세대에 더 나은 게임이 나올 때 (이러한 기록들이) 토양이 되고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또한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국 게임의 한계'에 대해서도 '기록'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일부 유저들은 한국 게임들이 늘 똑같고 발전이 없다고 지적한다"면서 "(그 이유는) 너무 빨리 (게임의 특징들이) 유실되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기조강연엔 취재진 외에도 많은 '마비노기' 유저들이 몰렸다. 넥슨 관계자는 "마비노기 게임을 하나의 동호회나 가족 개념으로 생각하는 유저들이 많다"며 "김동건 프로듀서가 마비노기 게임 개발과정 등을 설명해주는 자리인만큼 유저들에겐 뜻깊은 자리였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 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고등학생 때부터 시작한 게임 개발과 SNS와 같은 BBS를 만들었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특히 하이텔·나우누리 시대 PC 게시판인 BBS(Bulletin Board System)를 운영하면서 얻은 아이디어를 게임에 접목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언급했다.
김 본부장은 "BBS에 늘 상주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모든 게시글을 읽지만 다른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지는 않는다. 마치 친한 아이들과 놀고 싶은데 장난감을 가지고 놀이터에 왔다갔다하는 아이들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저도 내성적이라서 사람을 사귀고 싶었고 친해지고 싶었기에 이런 사람들을 위한 게임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마비노기 게임엔 '기승전결'이라는 스토리 라인을 넣었고, 유저를 묶어줄 수 있도록 꾸몄다. 또한 게임에 다정함이 녹아들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추억했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온라인 '마비노기'를 미래로 전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박 본부장은 "넥슨에 유일무이한 완전한 포맷의 개발완수 보고서가 있다. 그게 마비노기 게임"이라면서 "초기 기획부터 개발과정의 성과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회사가 시키지 않아도 (게임의 기록을) 만들어보는 것을 권장한다. 과거에서 미래로 그 선을 이어가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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