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24일 강원 고성·속초 산불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을 찾아 공개사과했다. 지난 4일 산불 발생 이후 20일만이다.
김 사장은 이날 오전 이재민이 머물고 있는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사무소와 고성·속초지역 피해대책위를 방문해 이재민들을 위로하고 한전 입장을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 2018.10.16 yooksa@newspim.com |
먼저 김 사장은 고성군 토성면사무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며칠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산불 화재 원인으로 한전이 관리하는 설비, 아크 불씨를 지목했다"면서 "산불이 한전 설비에서 발화된 데 대해 죄송하다"고 허리를 숙였다.
이어 "국과수 감정 결과에 따라 경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면서 "수사 결과 형사적 책임을 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을 지고, 형사적 책임이 없더라도 지자체와 협의해 취할 수 있는 조치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에는 김 사장의 공식 사과에도 주민 및 이재민들의 피해보상 요구가 이어졌다. 주민들은 "이번 산불로 숨진 유가족들에게 먼저 사과해야 한다"면서 "어찌됐든 한전 전신주에서 불이 시작된 것이 명확해진 만큼 한전의 피해보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노장현 고성 한전발화 산불피해 이재민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재민들은 한전 탓에 이번 산불이 났다고 일관되게 지적해왔다"며 "모든 책임은 한전이 지고 보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속초=뉴스핌] 최상수 기자 = 고성·속초 지역 화재 발생 4일째인 7일 오후 강원도 속초시 금호동 신세계 영랑호리조트 내 콘도가 산불에 타 있다. 2019.04.07 kilroy023@newspim.com |
김 사장의 방문에 지역주민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김 사장의 방문이 산불 피해 이후 20일이나 지났기 때문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강원 산불 이후 세번이나 현장을 방문해 이재민들을 다독였던 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더욱이 산불 발화가 한전이 관리하는 전신주 개폐기에서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경찰조사를 기다려 보겠다는 한전의 미온적 태도가 피해주민들과 이재민들에게 더 큰 공분을 샀다는 지적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한전의 늑장 대응에 대해 불 피해에 보상책임을 한전이 뒤집어 쓸 수 있기에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고성군은 이번 산불로 고성지역의 전체 피해액이 2198억원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고성 산불로 덩달아 피해를 입은 속초를 포함한 피해 보상액, 건물 복구 비용까지 합하면 전체 수천억,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산불에 대한 한전 책임이 점차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책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축구장 1000여개 규모인 700㏊의 산림과 삶의 터전을 앗아간 이번 산불로 주택 550채가 불에 타 이재민 1132명이 발생했다.
이에 강원지방경창철은 산불 원인을 밝히기 위해 지난 23일 한국전력 속초지사와 강릉지사 등 2곳을 압수 수색을 했다. 현재 경찰은 산불 원인이 된 전신주의 설치와 점검, 보수 명세 관련 서류 일체를 분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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