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들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분식회계 의혹의 핵심인 ‘콜옵션’ 조항을 몰랐다고 진술을 뒤집으면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내달 재판이 예정된 관련 행정소송에도 이같은 진술이 삼성바이오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지 관심이 주목된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최근 삼성바이오 회계 업무를 담당한 삼정KPMG와 딜로이트안진 소속 회계사들을 소환조사했다.
회계사들은 검찰 조사에서 이번 의혹의 핵심인 ‘콜옵션’ 조항에 대해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김학선 기자 yooksa@ |
앞서 이들은 행정법원에서 진행한 증권거래선물위원회의 삼성바이오에 대한 제재 집행정지 소송 재판에서 “콜션 조항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이를 뒤집은 것이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의 핵심은 삼성바이오 측이 이 콜옵션 조항을 고의로 숨겼는지 여부다.
삼성바이오는 지난 2012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당시 합작사인 미국 바이오젠에 에피스에 대한 콜옵션을 부여했다. 콜옵션은 원할 때 미리 정해놓은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다.
그러나 삼성바이오 측은 이같은 콜옵션 계약 내용을 공시하지 않다가 삼성바이오 상장을 앞둔 2015년 이를 공개하고 에피스를 삼성바이오 종속회사(자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기준을 변경했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의 장부상 회사 가치는 4조5000억원 넘게 뛰었다. 회계처리기준이 변경되면서 에피스의 기대이익이 삼성바이오 회계에 반영되는 대신 부채 등은 제외됐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의 이같은 회계처리기준 변경이 회사 가치를 부풀리기 위한 ‘분식회계’라고 판단, 삼성바이오를 검찰에 고발했다. 또 삼성바이오에 회계처리 기준 변경과 대표이사 사임 등 시정을 지난해 11월 요구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 측은 줄곧 콜옵션 조항을 고의로 숨기지 않았고 회계법인으로부터 적법하다는 의견을 받아 회계기준을 변경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당시 회계처리기준을 변경한 것은 에피스의 실적 향상 등이 기대돼 바이오젠 측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취지다.
회계사들 역시 삼성바이오가 증선위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낸 시정요구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재판 과정에서 콜옵션 조항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진술을 내놨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월 20일 삼성바이오가 제기한 증선위 처분 취소 소송 결과가 나올 때 까지 증선위 처분의 효력을 정지한다며 삼성바이오 측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바 있다.
하지만 회계사들이 검찰 조사에서 이같은 진술을 뒤집으면서 향후 검찰 수사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특히 삼성 측이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승계를 위해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당시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 상장 과정에서 기업 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측 관계자는 최근 “삼성바이오 수사와 관련, 의미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서울행정법원에서 심리 중인 삼성바이오의 증선위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도 이같은 진술이 삼성바이오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행정법원이 이같은 증언 등을 분식회계라고 판단한 증선위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로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소송은 다음달 22일 오전 첫 변론기일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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