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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의 버디&보기] 최혜진이 2년 전 가락지를 벗어버린 이유는?

기사등록 : 2019-05-0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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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으로 엄지에 찼다가 ‘그립 도움 논란’ 일자 다음날 바로 빼버려

 [뉴스핌] 김경수 골프 전문기자 = 지난주 열린 제41회 KLPGA챔피언십 우승자 최혜진(20)에게는 가락지에 얽힌 사연이 있다.

약 2년전인 2017년 중반까지 오른손 엄지에 가락지(골프 액세서리)를 끼고 플레이해오던 최혜진은 뜻밖의 계기로 가락지를 벗어버렸다. 그 전말은 이렇다.

2017년 여름 한국 여자골프계는 최혜진(당시 부산 학산여고3)이라는 이름을 빼고는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아마추어 신분으로 그 해 7월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용평리조트오픈에서 우승한데 이어 그 2주 후 열린 US여자오픈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 여세를 몬 그는 8월20일 끝난 KLPGA투어 보그너 MBN여자오픈에서도 ‘프로 언니’들을 제치고 우승컵을 안았다. 그 덕분에 아마추어로는 최고인 세계랭킹 22위(8월27일 기준)까지 올라섰다.

KLPGA투어에서 아마추어 선수가 한 해 2승을 올린 것은 박세리(1995년, 4승) 임선욱(1999년, 2승) 이후 18년만이었다.

최혜진이 2017년 6월 한 대회에서 아이언샷을 하고 있다. 오른손 엄지에 찬 가락지가 보인다. [사진=KLPGA] 

중학교 3학년 때 국가대표로 선발돼 4년동안 태극 마크를 단 그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단체전 은메달, 2015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개인·단체전 2관왕, 2016년 세계아마추어선수권대회 2관왕 등 ‘아마추어 최강’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당시 키 165㎝로 큰 편은 아니었지만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는 260야드에 육박한 장타자였다. 그런 장타 덕분에 짧은 파4홀에서 1온 후 이글 퍼트를 성공하거나, 파5홀에서 2온에 이어 이글 퍼트를 심심치 않게 넣을만큼 퍼트 기량도 나무랄데 없었다.

최혜진은 그 해 만 18세 생일(2017년8월23일) 다음날 프로로 전향했다. 그는 8월31일 열린 한화클래식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렀고 공동 5위를 차지하며 프로 무대에서도 ‘될성부른 떡잎’임을 과시했다.

그런 최혜진에게 1주일새 달라진 것이 있었다. 눈썰미가 좋은 사람이라면 알만한 내용이었다.

최혜진은 그 해 6월까지 오른손 엄지에 가락지를 찼었다. 소재는 실리콘이고, 장식용으로 찼다고 한다.

그런데 한 대회에서 그 가락지가 문제가 됐다. 경기 장면을 지켜본 시청자로부터 대회 조직위원회에 항의성 제보가 온 것이다. “최혜진이 엄지에 찬 가락지는 그가 스윙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주내용이었다. 요컨대 백스윙 톱에서 그립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지탱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골프규칙(14조3항)은 ‘인공의 기기, 비정상적인 장비 및 장비의 비정상적인 사용’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 조항은 스트로크하거나 플레이할 때 플레이어에게 원조가 될 수 있는 물건, 클럽을 쥐는데 플레이어에게 원조가 될 수 있는 물건을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했다. 최혜진이 낀 가락지가 그 조항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 대회 조직위원회에서는 최혜진을 불러 가락지 용도를 물었고, 최혜진은 “멋으로 끼었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그 대회에서는 일단 최혜진에게 ‘무혐의’ 조치를 했다. 그러나 조직위는 최혜진측에게 “이 내용을 곧 R&A(영국골프협회)에 문의할 것이고, R&A에서 유권해석을 내리면 그에 따라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 얼마 후 R&A에서는 “가락지가 스윙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유권해석을 내려왔다.

최혜진은 R&A의 유권해석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 다음 대회부터 가락지를 빼버렸다. 골프 선수로서 갈 길이 먼 그로서는 혹시 있을지 모르는 화근을 없애버리자는 행동이었을 법하다. 마음속에 꺼림칙한 구석이 있으면 플레이가 잘 안되는 것이 골프다. 그 때의 결단이 지난주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이어졌는지 모를 일이다.

2015년부터 최혜진을 곁에서 지켜본 박소영 전 국가대표 코치는 “혜진이의 선배 프로가 주어 멋으로 찬 건데 그 내용이 방송에 나가는 등 논란이 될 조짐이 보이자 바로 빼버렸다”고 기억했다.

한편 올해 대대적으로 바뀐 골프 규칙(4.3a)에서도 ‘손의 위치나 그립의 강도에 부당한 이익을 주는 장비’를 사용할 경우 플레이어는 페널티를 받는다는 조항이 유지되고 있다.

지난주 KL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최혜진. 오른손 엄지에 가락지가 없다. [사진=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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