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보험계약시 피보험자의 정확한 질병 여부를 몰랐다하더라도, 신체 이상이 있었다면 이를 보험회사 측에 알렸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동거인 A씨가 폐결핵 앓았다는 사실을 보험회사에 알리지 않고 그를 피보험자로 하는 계약을 맺은 뒤 A씨가 사망하자 보험금을 청구한 B씨에게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18.11.20 kilroy023@newspim.com |
B씨는 2014년 9월 초 동거하던 A씨의 부탁으로 그를 피보험자로 2억원의 질병사망담보 계약을 체결했다.
B씨는 보험 개시 이틀 뒤인 같은달 7일 A씨가 사망하자 이 계약을 토대로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보험회사는 A씨가 폐결핵을 앓고 있었고 사망 2주 전부터 출근을 못하는 등 사망 직전 상태에 있었는데도 두 사람이 이 사실을 숨긴 채 보험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고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B씨는 법원에 보험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고 보험회사가 B씨에게 보험금 2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원고 또는 망인이 질병의 존재와 그 사실의 중요성, 그 사실에 대한 고지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볼 만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판결 배경을 설명했다.
2심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같은 원심 판결이 잘못돼 원심이 다시 사건을 심리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은 “이 사건 기록 등을 살펴볼 때, 보험계약자인 원고와 피보험자인 망인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정확한 병명을 알지는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망인이 질병에 걸려 신체에 심각한 이상이 생긴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망인이 사망에 이른 경과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의 증상은 생명의 위험 측정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서 보험계약 체결과 관련된 상법에서 정한 ‘중요한 사항’에 해당할 뿐 아니라, 원고와 망인은 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러한 사정을 고지해야 한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거나 현저한 부주의로 이를 알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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