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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협정 일부 이행 중단...'핵 개발' 위기 고조

기사등록 : 2019-05-0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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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니 "이란 원유·은행 보호하지 않으면 우라늄 농축 재개할 것"
JCPOA 당사국에 합의사항 일부 이행 중단 서한 전달
美, 전략폭격기 B-52 급파에 중동지역 군사 긴장감 대두

[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미국의 핵 햅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 1년을 맞이한 8일(현지시간) 이란이 협정의 합의사항 중 일부의 이행을 중단할 것이라고 8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한 데 이어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우라늄 농축 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해 이란의 핵 개발 위기가 커지고 있다. 

이에 앞서 미국이 이란의 미군 공격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핵 능력을 보유한 B-52 전략폭격기가 중동 지역으로 향하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미국과 이란 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 로하니 "이란 원유·은행 보호하지 않으면 우라늄 농축 재개할 것"

이란의 국영방송인 IRIB는 JCPOA의 당사국인 영국과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의 대사들에게 합의한 "약속의 일부"를 이행 중단한다는 결정을 8일(현지시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각국의 대사들에게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서한이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국영TV를 통해 방송된 연설에서 로하니 대통령은 JCPOA의 남은 당사국인 영국과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에게 미국의 제재로부터 이란의 원유·은행 부문을 보호하는 약속을 이행할 60일이 있다고 밝혔다. 로하니 대통령은 JCPOA 당사국이 협정에 따른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우라늄을 높은 농도로 농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JCPOA는 2015년 이란과 서방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독일)이 체결한 협정이다. 협정은 이란의 저농축 우라늄 보유량을 300kg로 제한하는 등 이란이 핵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국제사회의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이 협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JCPOA를 탈퇴한 뒤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핵 프로그램에 대한 협상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히면서도 핵 문제가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에 다시 회부될 경우 "단호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어떠한 대응을 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그는 또 이란은 더 이상 다른 국가에 농축 우라늄과 중수를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란은 그동안 불거졌던 JCPOA 탈퇴설은 일축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핵 협정의 붕괴는 이란과 전 세계에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앞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핵 협정의 일부 "자발적인" 약속을 줄일 것이지만 협정을 탈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리프 외무장관은 "이란의 향후 행동은 (핵 협정) 범위 내에서 충분히 이루어질 것이며, 이슬람공화국(이란)은 이를 탈퇴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유럽연합(EU)과 다른 국가들은 미국의 압박에 저항할 힘이 없다. 그렇기에 이란은 자발적인 약속의 일부를 이행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란이 JCPOA를 체결한 당사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고 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프랑스쪽 소식통들은 로이터에 이란이 협정 이행 축소를 발표한 이후 이란이 약속을 어길 시 국제사회가 이란에 제재를 다시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 美, 이란의 공격 가능성에 전략폭격기 B-2 급파

핵 협정 이행 사항의 일부를 준수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한이 당사국에 통보되기 전인 7일(현지시간) 미국은 이란을 겨냥해 B-52 폭격기를 중동지역으로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존 볼턴 미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 5일 미국 국익에 대한 어떠한 공격도 가차 없는 무력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이란에 보내기 위해" 중동에 항공모함과 폭격기 기동부대를 파견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미 중부군사령부 대변인 빌 어번 대위는 이란과 이란을 대리하는 군대가 지역(중동)에서 미군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최근 명백한 징후"가 나오면서 B-52가 배치되는 것이며, 폭격기가 항공모함과 함께 해당 지역으로 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관리들은 로이터에 네 대의 B-52가 배치될 예정이지만, 숫자는 바뀔 수 있다고 전했다. 

찰스 서머스 미 국방부 대변인 대행도 성명을 통해 "USS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전단과 폭격기 기동부대의 배치는 이란이 미군과 우리의 이익에 대한 공격 작전을 수행할 준비를 강화했다는 징후에 대응하는 신중한 조치로 간주된다"고 밝혔다. 서머스 대변인 대행은 이어 "우리는 이란 정권과의 전쟁을 모색하지 않지만 미국의 인력과 우리의 동맹, 지역(중동)에서 우리의 이익을 방어할 것이라는 백악관의 성명을 강조한다"고 설명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의 관리는 로이터에 이란이 중동지역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배로 이동시키는 것으로 보이는 징후가 있었다고 전했다. CNN도 미 관리자를 인용해 이란이 페르시아만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배를 통해 옮길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B-52 배치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년 전 JCPOA를 탈퇴한 미국은 이달 초 이란산 원유 제재 예외 조치 연장까지 중단했다. 양국의 관계가 이미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핵 개발 위기가 고조되고, B-52 급파로 군사적 긴장감까지 대두되면서 양국의 갈등은 한 동안 쉽게 누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aewkim9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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